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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와 정서의 열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필자가 8년 전에 「런던」의「로얄·페스티벌·홀」에서「아이작·스턴」을 처음 보았을 때와는 외모가 많이 바꾸어졌다. 흰머리가 많이 생겼고 살이 찌고  굴 표정이나 연주태도에서 장년기를 넘어서려고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첫「프로」인「악마의 트릴」을 들으면서 느낀 것이「스턴」은 나이와 더불어 더 원숙해졌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을 느꼈다.
작달막하게 생긴 키에 정렬 적으로 보이기도 하나 연주 중에 땀이 악기 위에 떨어지는 듯 열연을 하고, 온갖 마음과 힘을 합하여 연주하는 데엔 악곡에 대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견실한 기교와 낭만적인 감정을 겸비한「바이올리니스트」로스「빌트오소」(거장)면서도 음악 하는「아티스트」적인 면을 강조하고있다.
이번 그의「레파토와」에서「바르톡」과「시마노프스키」등은 약간 그의 특징인 정서적인 면이 강하게 나타나 감각적으로 현대 음악에 객관성이 모자라는 감을 느낄 수 있으나「바르톡」의 이성적인 면이나「시마노프스키」의 섬세한 시정이나「라벨」의 색채감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 듯하다.「슈베르트」의 조그마한「소나티네」는 청중 누구 나가 같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마치 인형극 안에서「비엔나」소시민의 사랑의 슬픔과 기쁨을 현대인의 감각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앙코르」곡인「하이든」의「바이올린」협주곡의 제 2악장「아다지오」에서는 이제까지의 불같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노래하는데「스턴」에게 저런 면도 있었던가 할 정도로 다시 한번 놀라게 해 주었다. <서울대음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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