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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사령탑 이충희 "해설위원 하며 생각 넓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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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충희

“처음 감독을 맡는다는 생각으로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슛도사’ 이충희(54)가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새 사령탑이 돼 코트로 돌아왔다. 2007년 12월 오리온스에서 자진 사퇴한 지 5년4개월 만이다.

 지난달 30일 공식 취임 기자회견을 위해 프로농구연맹(KBL) 회관을 찾은 이충희 감독은 마치 신인처럼 긴장했다. 동부의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맨 그의 두 눈은 잔뜩 충혈돼 있었다. 전날 동부 감독으로 최종 확정된 그는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감독 결정이 났을 때는 쌍둥이 딸을 5분 동안 꼭 껴안고 있었다. 아내(최란·53)도 굉장히 좋아하더라. 어제는 잠을 못 잤지만 즐거운 밤이었다”고 말했다.

 송도고-고려대를 나와 실업 현대에서 활약한 이충희는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농구대잔치 6연속 득점왕, 첫 4000득점 돌파 기록을 세웠다. 선수 생활을 마치고 1992년부터 대만 홍궈팀에서 선수 겸 코치로 뛰었다. 1995년 홍궈의 감독이 돼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에서의 지도자 생활도 시작은 좋았다. 1997~1998시즌 창단한 LG의 초대 사령탑을 맡아 정규리그 2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 5위로 하락하더니 1999~2000시즌에는 7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결국 2000년 5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해설자와 고려대·동국대 감독을 거쳤고 2007년에는 오리온스와 3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4승2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중도 사퇴했다.

 “2년 정도면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며 웃은 이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는 젊었고 고집스러운 면이 많았다. 어려울 때 슬기롭게 이겨내는 힘이 부족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해설위원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한곳으로 치우쳤던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 KBS 해설위원을 지냈다.

 동부는 강동희 전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돼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잘 아는 김영만·이세범 코치를 유임시켜 안정을 꾀했다. 이젠 바닥으로 떨어진 팀을 재건하는 일만 남았다. 이 감독은 “동부는 이미 수비가 갖춰진 팀이다. 김주성·이승준과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골밑을 장악하겠다. 리바운드에 이은 빠른 속공으로 쉽게 득점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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