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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강력한 힘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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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준다는 통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눈엣가시다. 스티글리츠는 소위 '시장 근본주의'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금융 위기 때 실시한 정책을 맹렬히 비난한다. 그는 최근 베트남 방문 중 타임지 케이 존스 기자와 만나 아시아가 잘하고 있는 것과 IMF가 잘 못하고 있는 것, 그리고 세계화와 세계무역기구(WTO)가 빈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정리한 글이다.

타임 : 당신은 이번에 새로운 저서 '아시아의 기적을 다시 본다(Rethinking the Asian Miracle)'를 냈다. 아시아의 기적이 있었느냐를 묻는 것인가?

스티글리츠 : 그건 아니다. 위기가 있긴 했어도 아시아에 기적이 있었다는 증거는 확고하다. 30년 동안 아시아가 이룬 급속한 발전과 성장, 그리고 빈곤의 현격한 감소는 기적이다. 세계의 그 어떤 지역도 아시아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높은 저축률을 기록하고 저축한 돈을 제대로 투자하지 못했다.

타임 : 동아시아가 적절한 투자를 하지 못했고, 제대로 했다면 1997년 당시처럼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없는가?

스티글리츠 : 그런 시각은 틀렸다.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같은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은 추락에도 불구하고 30년 전의 8배다. 자원을 적절하게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성장할 수 없다. 물론 실수는 있다. 모두가 실수를 저지른다.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일부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에 비해서 실수는 미미하다. 동아시아 위기의 원인은 자본시장 자유화, 다시 말해 비정상적으로 급속히 이뤄진 금융시장의 탈규제화와 관계가 있다.

타임 : 그러나 자본시장 자유화는 IMF와 세계은행 전략의 핵심이 아닌가?

스티글리츠 : 세계은행과 IMF는 이제 자본시장 자유화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 현재 이들의 공식적인 표현은 훨씬 더 조심스러워졌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자본시장 자유화가 각국을 엄청난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는 1997년 이전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1997년 위기가 결론을 강화시켜줬다. 해외직접투자 유치에 가장 성공을 거둔 국가는 중국인데 중국은 자국의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타임 : WTO와 세계화의 방향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경제학을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말이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WTO 반대에 경제학적인 논거가 있는가?

스티글리츠 : 자국의 시각에서 자국의 방식으로 세계화를 활용한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세계화는 강력한 힘이 됐다. 이들의 성장 전략은 수출 주도였다. 세계화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실행 방식이 빈민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화에 대한 환멸이 전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IMF는 문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에 들어가서 모순적인 정책을 시행할 것을 강요했다. 이렇게 하면 경제는 더 심각한 불황에 빠진다.

타임 : IMF는 왜 그렇게 하는가?

스티글리츠 : 잘못된 경제학, 이념 문제 등 많은 이유가 있다. 전세계 학생들이 불공평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옳다. 또 환경과 빈민에 대한 관심 부족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타임 : 당신은 정보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이 존재할 때 자본주의 시장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비대칭 정보에 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분야에 대한 당신의 연구와 세계화 문제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스티글리츠 : 투명성과 책임감 부족이 IMF와 WTO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동떨어져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타임 :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계속되는가?

스티글리츠: 세계화가 개발도상국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타임 :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가?

스티글리츠 : 그렇지 않다. 그러나 나는 세계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세계화가 빈민을 위해 이용되도록 개혁하려는 사람이다. 시위자들은 많은 성공을 거뒀다. 사람들은 이제 문제점들을 깨닫고 있다. 예를 들여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IMF가 과거에 추진했던 전략들은 틀렸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인식도 생겼다. 심지어 IMF도 이점을 깨달았다.

타임 : 그러면 IMF측은 전략을 수정했나?

스티글리츠 : 아니다. 하지만 IMF는 그들의 정책이 은행들을 구하고 부유층이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가져가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빈민들을 돕지는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이런 전략이 좋지 않았다는 인식이 생겼다. IMF는 사람들의 삶에 충격을 주는 결정을 할 때 충격을 받지 않는 금융계 사람들의 목소리만 듣는다. IMF는 핵심 임무인 위기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일부 국가들은 성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빈민의 복지를 개선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타임 : 이를 테면?

스티글리츠 :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빈곤 감소와 경제 성장 추진을 훌륭히 수행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은 착실하게 정책을 집행한다.

타임 : 베트남도 여기에 속하는가?

스티글리츠 : 베트남은 사회 안정과 빈민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빈곤율은 놀라울 정도로 크게 감소했다.

타임 : 베트남은 실망스럽게도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티글리츠 : 사람들은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 동안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는 2백50% 증가했다. 베트남은 2백% 늘었다. 이것은 매우 인상적인 수치다.

KAY JOHNSON (TIME)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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