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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꺾인 「알제이」연금7일(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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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리=장덕상 특파원】

<신변보호 철저하게>
「알제이」도착후 이틀이 되는 11일「야카」「알제리」경제국장, 「프레비쉬」UNCTAD 사무총장등 4명과 최장관 사이의 회의는 우리 숙소인「아르튀르·빌라」의 회의실에서 하오5시부터 6시까지 약 1시간동안 계속됐다.
「아르튀르·빌라」의 마당에 도착한 이들 교섭대표들은 회의에 들어가기전에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한국대표일동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특히 「프레비쉬」씨는 사람수를 하나씩 세보며 우리들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고 있는것같았다.
「프레비쉬」씨는 이회의에서 최후로 『한국대표가 회의장에 나갈수 있는가 없는가? 외부와 통신이 가능한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야카」씨는 『회의에 참가하도록 신변조치는 철저히하겠다. 통신의 자유는 보장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6시정각 한국 대표가 『다른나라 대표와 꼭같은 조건으로 참가하지 않는한 이번 회의에 큰지장이 있을것』이라는 말을 「야카」씨에게 남기고 회의장을 나섰다. 「프레비쉬」씨는 최장관에게 귓속말로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 저녁 6시까지는 다시 만날 수 있을것』이라고 말하고 갔다고한다.

<한국참가 강력 요구>
내일부터 회의에 참가하느냐 못하느냐는 아직 모르고 다만 금명간에 결판이날 것이라는 판단은 「프레비쉬」씨의 말로미루어 알수 있었던 것이다. 저녁식사시간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토론이 벌어져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 대표단의 철수준비까지 완전히 해놓았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한국대표단의 행방불명은 9일 「아시아」「그룹」에서 벌써 논의가 시작됐다.
「브라질」수석대표이며 77개국 조정위원장인 「실베이라」씨가 눈치를 채고 찾기까지했으나 실패, 「프레비쉬」씨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프레비쉬」씨는 당장 이번「알제이」회의의 의장인 「알제이」외상을 만나 한국대표의 행방과 소식을 묻고 회의에 참가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당황한 「알제이」정부는 결국 10일 개회식이 끝난 다음 숙의 끝에 상기교섭대표단을 보내어 한국대표와 교섭을 시작하게 한 것이다.

<우방표정으로 안심>
11일밤 9시10분 4개국대표와 「알제리」외무성 「뮤스랑」의전장이 다시 우리 숙소를 찾아왔다. 약 1시간동안 두 번째의 회의가 진행됐다. 이회의에서 비로소 한국대표가 내일부터 회의에 참석하고 오늘밤 이사를 하게된다는 암시를 받은 것이다. 회의장에서 나오는 한국대표들과 우방대표들의 표정으로 봐서 일이 잘되어간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때 「알제리」의전장은 고개를 들지못하고 얼굴이 상개돼 있었다. 동행한 「알제리」의전국 직원들도 풀이 죽고 말았다.

<한국기자는 사진광>
1, 2차회의에는 대표들의 사진을 찍다 의전국 직원과 본기자 사이에 한동한 언쟁이 벌어졌다. 의전국직원들은 줄곧 지키며 사진을 찍지못하게 했다. 그는 기자를 제지하며 『월권행위다. 한국기자는 사진광이다』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11일밤11시쯤 『숙소를 다른곳으로 옮긴다』는 연락이 왔다. 우리 일행은 밤12시15분쯤 짐을 싸서 「델라가숑·제네랄르」의「아르튀르·빌라」를 출발, 12시35분에 「팔레·데·나숑」안의 「크룹·데·팽」으로 옮겼다. 그곳은 「알제이」시에서 약 20킬로 똘어진 곳으로 바로 이번 87개 개발도상국가 회의의 회의장 근처였으며 주위에 별장들이 많이 있었다.

<숙소는 일류시설>
이 별장들은 각국의 원수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 별장의 123동과 124동에 우리대표단이 묵고 125동에 본기자와 박기자 두사람이 묵게됐다. 「뮤스랑」의전국말에 의하면 이곳은 신변보호에 유리하고 「프레비쉬」씨 숙소에서 가깝고 회의장이 멀지않아 좋다는 것이다.
그는 회의장소 내에서는 완전한 행동의 자유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우리가 새로 든 별장은 세계 어느나라 별장이나 「호텔」에 못지않은 일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별장 앞과 양쪽옆으로는 수십개의 꼭같은 별장이 줄지어있고 약3백미터 눈앞에는 지중해의 잔잔한 파도가 밝은 수은등 조명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9일「알제이」에 도착한후 이틀밤을 묵은 「델레가숑·제네랄르」라는 곳은 나중에 안것이지만 「알제리」독립전에 불란서총감의 관저였으며 지금은 국빈의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방마다 욕실이있고 냉장고며 대형 「피아노」「텔레비젼」등 현대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는 일류별장이었다. 정원엔 새빨간 「제라늄」꽃이 만발하고 한 모퉁이에 외로이 핀 빨간 무궁화가 향수를 자아내게 했다.

<감시 눈초리 차가와>
그러나 정체모를 청년들의 감시의 눈초리가 오싹오싹 소름을 끼치게 했다.
식사는 만점이었다. 「메뉴」나「서비스」태도가 또한 일류다. 냉방 장치까지 잘된 넓은 식당도 있었다. 식사때는 대표들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았다. 회의에 참가할 것이냐 못할것이냐? 풀어줄 것인가 안풀어줄것인가? 대표들은 한잠 못자고 불안과 초조로 거의 뜬눈으로 한밤을 지냈으며 평보경비원 2, 3명이 대표들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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