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50·사진) 교수(경제학과)가 최근 영국 월간지 ‘프로스펙트’가 뽑은 ‘2013년의 세계적 사상가(World Thinkers 2013)’에서 18위에 선정됐다. 경제학자로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60)과 인도 출신 하버드대 교수인 아마르티야 센(80) 다음 높은 순위다. 각각 5위와 7위에 오른 크루그먼과 센은 모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프로스펙트는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1만 명 이상이 참가한 온라인 투표를 근거로 총 65명을 뽑았다. 1위는 『이기적 유전자』 등의 책으로 널리 알려진 옥스퍼드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72) 교수가 차지했다. 아쉬라프 가니(64) 전 아프가니스탄 재무장관과 스티븐 핑커(59)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뒤를 이었다.
1995년에 창간돼 매달 약 3만 부를 발행하는 프로스펙트는 정치·경제적 논쟁을 주로 다룬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랜시스 후쿠야마 전 존스 홉스킨대 교수 등 저명 인사의 글이 자주 실린다.
장 교수는 “지식인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잡지의 독자들이 투표했기 때문에 순위가 높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대중들과의 소통에 힘써온 것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책을 내며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들이…』는 20개 언어로 번역 출판돼 전 세계에서 약 70만 부가 팔렸다. 현재 12개 언어권에서 추가로 번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장 교수는 펭귄 출판사의 의뢰로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를 집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출판사는 당대 최고 수준의 학자들에게 각 분야의 입문서를 맡기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내년 상반기 출판 예정이다. 그는 “다양한 경제학적 관점과 사상들을 구체적 사례들과 함께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창조 경제’라고 표현되는 산업 구조 고도화와 복지 제도 확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둘은 상충되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적이라는 것을 (정책 입안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두 목표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시급한 과제 ”라고 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