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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도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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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끽연가들은 9일 아침 담배 맛이 유난히 쓴 것을 느꼈을 것이다. 담배 심부름을 보냈던 어머니는 아이가 그냥 돌아온 것을 보고 곤혹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파고다 40원, 금관 40원, 아리랑 35원. 물가인상을 애연가들은 이제 쓴 입맛으로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
담배 맛이 최근에 유달리 써진 것은 사실이다. 애연가의 섬세한 미각이 아니라도, 옛날의「파고다」맛을 요즘인 「신탄진」에서나 겨우 찾게 되었다. 「아리랑」의 품질격하는 눈으로도 분별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필터」를 분질러 보면, 얼마나 조악품이고 무성의한 제품인가를 알게 된다. 값은 5원 10원의 차이 라지만, 품질의 격하까지 계산하면 인상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모든 가격의 국제적 평준화를 설득하려는 정책가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새삼 깨닫는다. 연초의 품질은 국제 평준화는커녕 국내 평준에도 미달하며 값만 국제 수준에 육박한다.
지난 9월 11일 미국 「뉴요크」의「월도프·아스토리어·호텔」에서는 세계 34개국의 의학자·공중위생전문가들 약 5백명이 모여 『끽연과 건강에 관한 세계회의』를 열었다. 「로버트·케네디」상원의원은 그 개회식에서 『생명에의 위협을 상품으로 팔아 돈을 버는 부도덕한 담배업자』라고 격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매년 담배로 죽는 사람의 수가 미국의 경우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의 5배나 된다고 폭로했다. 「타바코」산업을 『죽음의 무기를 파는 산업』이라고 그는 격렬하게 비난했다. 「케네디」의원은 그 다음날로 의회에 담배를 규제하는 세 가지 법안을 내놓았다. 하나는 『경고=담배는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현행의 담배 갑에 씌어진 문구를 『암, 기타의 병을 일으켜 죽음의 원인이 된다』고 강화하며, 제2안은 TV·「라디오」에서 담배를 광고하는 시간과 형식을 규제하는 권한을 연방통신위에 주는 것, 제3안은 담배에 포함된 「타르」와 「니코틴」의 함량에 따라 세금의 비율도 달리하는 것 등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안 피우는 것은 시민의 자유이다. 그러나 국가는「생명에의 위협」 을 덜어줄 의무를 마땅히 가져야 한다. 값은 올리고 품질을 개선하지 않는 전매청은 부도덕 상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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