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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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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년반 동안 비교적 안정된 체제를 유지해 오던 정 내각이 3일 크게 개편되었다. 정 내각의 특징이라 할 수 있었던 일반행정과 경제행정의 이원체제가 이제 흔들리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을만큼 이번 개각은 경제개각에 국한되었다.
경제정책에 관한 한 개각은 정책적인 방향전환을 수반해야만 뜻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며 그러한 계기의 마련으로 이번 개각은 일반에게 비칠 것이다. 그 동안 이른바 고도성장정책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것이 파생시킨 부작용도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각으로 비록 고도성장정책이 근본적으로 후퇴될 수야 없겠지만 무리가 혹 있었다면 차분히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오늘날 이나라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기본적 모순의 대부분은 지나치게 의욕적이었던 그동안의 고도성장정책에 있었다는 관점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모순을 착실하게 시정하여 안정되고 지속성을 갖는 성장을 이룩하려 한다면 새 경제각료는 우선 현황 파악을 위한 현실분석부터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고율투자를 위한 외자도입상의 무리에서 비롯된 통화금융정세의 악화, 차관지보의 대불누증에 따른 금융파동요인의 누적, 금리현실화가 민간자금동결로 전락된 금융 교란,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네거」제의 채택 및 수입금융제도의 창설 등 기본적으로 재검토 되어야할 사항은 허다하다.
한편 고도성장정책의 또하나의 측면이라 할 재정팽창경향에 대해서도 냉정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계국민소득의 5할이상을 정부가 지배하려는 세제개혁, 재정규모팽창, 그리고 공공요금인상이 가져오는 여파도 결코 그대로 넘길 사항이 아니다. 재정의 이상팽창은 민간부문의 상대적위축과 표리관계에 있는 것이며 때문에 총체성장율제고가 재정팽창만으로 이룩될 수 없다는 점도 차제에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비록 재정금융사정의 악화를 완화시키는 방편으로 시행을 강요받았던 「네거」제도 그것이 미치는 충격으로 보아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다를 성질의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이다. 신임각료중에는 타부처에 재직할 때 「네거」제에 비판적이었던 인사도 있는만큼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것이며 때문에 「네거」제의 운용이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기 바란다.
끝으로 국민경제의 능력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외자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외자의 속성에 달려들지 않는 경제내각이 되기 바란다. 외자도입이 양적측면에서만 추진될 때 이 나라 산업의 예속성은 더욱 커질 것도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외자의 편중을 경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도성장을 구실로 외자가 국내 산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소지를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의 외자도입으로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자율적인 국내 정책추구가 어려울이만큼 독점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외자가 군림하게 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매우 우려할만한 사실로서 외자가 경제계를 지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분야까지도 간여하게 된다는 외자의 본질적속성을 고려하면서 신중히 외자를 받아 들이기 바란다.
경제개각이 고도성장정책의 정책적조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자주 보아왔던 각내이견의 불합리한 해소방법이 배제되어 합리적이고도 신중한 정책결정과정이 차제에 마련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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