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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122경기 만에 웃었다, 253위 럼퍼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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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브렛 럼퍼드가 28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골프장에서 열린 2013 발렌타인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럼퍼드가 연장 첫 홀인 18번 홀에서 이글 퍼팅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 발렌타인 챔피언십 조직위]
럼퍼드는 사이클로 체력을 키웠다. 그의 방 안에는 사이클이 여러 대 있다. [유튜브 캡처]

121개 대회 동안 우승이 없었던 브렛 럼퍼드(36·호주). 어렸을 때 수퍼마켓과 가구 판매점에서 일을 했던 마커스 프레이저(36·호주·통산 2승). 그리고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첫 승을 노렸던 피터 화이트퍼드(33·스코틀랜드). 세 선수 중 누구의 심장이 덜 흔들렸을까. 연장전에서 그림 같은 1.2m 이글을 만들어낸 럼퍼드였다.

 세계랭킹 253위 럼퍼드가 국내 유일의 유러피언투어인 제6회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하루였다. 28일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럼퍼드는 16번 홀까지 13언더파로 2타 차 단독선두였다. 그러나 17번 홀의 티샷이 그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왼쪽 러프로 밀리면서 암벽 뒤로 숨어버렸다. 럼퍼드는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뒤 1벌타를 받고 4온했다. 보기 퍼트는 홀을 벗어났고 결국 더블보기. 이어 18번 홀(파5·543야드)에서는 티샷을 오른쪽 숲으로 날려보내 분실구가 될 위기에 처했지만 공을 찾아 위기를 면했다. 하지만 럼퍼드는 합계 11언더파로 프레이저, 화이트퍼드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럼퍼드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연장전까지 남은 15분 사이에 영국의 스윙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럼퍼드는 “1분 정도 통화를 했다. 티샷이 흔들리는 문제에 대해 팁을 달라고 했다. 그 ‘팁’은 비밀이지만 그게 연장 1차전에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연장전 18번 홀 티샷은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갈랐다. 그리고 208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5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해 기적 같은 이글을 낚았다. 프레이저와 화이트퍼드가 버디로 맞섰지만 우승은 럼퍼드의 몫이었다. 우승상금 36만7500유로(약 5억3000만원). 럼퍼드는 “어제 아내 샐리가 생일을 맞았다. 24개월 된 두 아이(쌍둥이)를 키우는데 항상 고맙다. 아내에게 큰 선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의 우승은 2007년 9월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 이후 5년7개월 만이다. 122개 대회 만에 유러피언투어 통산 4승을 차지한 럼퍼드는 1999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호주 PGA 투어의 ANZ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유망주였다.

 하지만 약한 체력이 늘 문제였다. 그가 체력을 키우기 위해 찾아낸 방법은 사이클을 타는 거였다. 럼퍼드는 “지금은 체력단련 코치가 따로 있지만 나는 빅 사이클리스트다. 가장 오래 사이클을 탄 거리는 140㎞다. 집 차고에도 여러 대의 바이크가 있다. 비싼 것은 1만~1만3000 호주달러(약 1200만원~1500만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런 면에서 집중력이 좋아야 하는데 그것은 체력이다”라고 했다. 럼퍼드는 3라운드 14번 홀부터 4라운드 9번 홀까지 14개 홀에서 무려 11개의 버디를 낚아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이 7언더파 공동 6위로 성적이 가장 좋았다.

이천=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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