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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위한 「비상경보」|입법 서두는 민방위법-그 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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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범국민적 방위태세>
정부는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와 자연재해에 대비한 「범국민적 방위태세」를 갖춘다는 목적아래 「민방위법안」의 입법조치를 다시 서두르고 있다.
지난 65년 11월 일단 성안되었다가 국민의 기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반대여론에 부딪쳐 보류되어온 이 법안은 연초부터 국가안보회의 국가동원체제 연구 위의 손질로 지난 26일 다시 확정시킨 것으로, 입법이유로는 ①다양화하는 북괴간첩의 만행 및 침투와 이에 대비한 후방방위 ②각종 자연재난에 대한 예방대책 등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모든 국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한다는 목적이외에 한편으로는 이 목적을 위해 많은 국민의 일상생활 재산 등 기본권에 거의 강제성을 띤 「제약」을 주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숱한 문젯점을 지니고 있다. 즉 법률 자체의 목적보다 그 운용상에서의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는 풀이가 많다.
전문 59조 부칙으로 된 이 법안요강은 ①민방위기구 ②민방위조치 ③민방위훈련 ④벌칙·피해보상 등을 뼈대로 하고 있으며 특히 50여만 명의 동원을 목표로 한 리 단위까지의 민방위대 구성 그리고 종사명령·토지·시설·물자수용 등 27가지의 민방위조치 등은 일반국민생활에 대한 적잖은 제약요인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생활에의 제약>
또 민방위기구 구성에 있어서 ①지역단위 민방위(읍·면=5천4백28명 리=1만8천6백28명)와 종업원 2백 명 이상의 공·사 기업체의 직장단위 민방위구성이 문젯점이 될 것 같다. 제대장병, 전직 경관순위의 「지원」이라고 했지만 방대한 인원의 보수규정 등을 대통령령으로 미루어 모호하다는 것이다.
직장단위 민방대구성은 사기업의 자유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구나 민방위임무가 없을 때의 민방대의 조직관리와 그 행동한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측도 있다.

<「필요한 때」의 동원>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젯점은 국민생활을 비상사태 때 통제하는 민방위조치. 이 조치를 관장하는 내무장관은 「민방위상 필요할 때」민방위경보를 내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여기에서 어떤 비상사태를 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종사명령(27조)은 도지사 또는 시·군의 장이 할 수 있는데, 비상사태의 개념·한계를 명시하지 않고 역시 대통령령으로 미루고 있다. 민방조치의 시기·대상지역 선포 등에 명백한 규정이 없어 특히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토지·시설·물자의 수용(29조 1, 2항)은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의 침해우려도 있다는 것.
이밖에도 피해지역의 출입제한(31조) 시설의 격리·제거(33조) 수용지역의 결정(34조) 등을 내무장관 또는 지방장관 등이 대통령령에 따라 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법률제정에 있어 국민의 기본권에 직결된 사항을 너무 소홀히 다루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명·재산에 대한 피해보상을 한결같이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사실에 대해 이 초안작업에 참여했던 실무자들까지도 『예산조치 등 행정기술상의 것이므로 불가피했지만 미비함을 인정한다』고 시인하고 있다.
이 법안은 또 광범한 벌칙규정을 두어 그 운용에 있어서의 강제성을 강하게 풍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헌법규정과의 상충>
종사명령을 어기거나 토지·시설·물자의 수용, 시설제거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했을 때 적용하는 12개의 벌칙을 규정,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있다. 더구나 법인체에 대해서는 위법한 개인과 경우에 따라서는 법인의 대표자에게도 벌칙을 적용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국가동원체제 연구위 실무자들은 엄격한 벌칙규정에 대해 『헌법의 기본권이란 대전제 아래서 전 국민의 공안을 위한 부분적인 제재이므로 위법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나 법조계의 일부 인사들은 『헌법규정과의 상충여부가 보다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하며 빈대를 잡기 위해 집을 태우는 결과가 없도록 조정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공안유지」와 「생활제약」이란 두 가지 조건이 균형 있게 저울질되는 문제가 이 법안의 내용에 보다 깊이 있게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국민의 생활에 제약을 주는 규정들이 20여 개나 대통령령으로 위임되고 있는 것은 법률체재 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젯거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기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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