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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삭발 때 앙앙 울더니 …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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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구 대관음사, 2013. 4

불교에서 ‘동자승’은 순수함과 청정함을 상징하는 ‘천진불(天眞佛)’로 여겨집니다. 불자들에게 무명초(無名草)를 자른 동자승은 환희심(歡喜心)을 일으키게 합니다. 번뇌의 삼독심(三毒心)을 버리고 참수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본래의 성품을 찾아가고자 발원하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또한 ‘동심(童心)이 곧 불심(佛心)’임을 알아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로서 지금 이 순간 모두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자비심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불기(佛紀) 2557년 부처님 오신 날(5월 17일)을 앞두고 사찰마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동자승의 단기출가 체험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도 지난 17일 오후 대웅전에서 동자승 삭발·수계식을 열었습니다. 이날 식에는 12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식을 시작하기 전 법당 안은 시끌벅적합니다. 곧이어 ‘윙~’ 하는 기계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옵니다. 동자승이 된다는 말에 선뜻 지원했다가 막상 머리카락을 자르니 “간지럽다” “아프다” “자르기 싫다”며 “앙앙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스님과 어머니가 울음보 터진 아이를 달래며 머리카락을 자르느라 진땀을 흘립니다. 사진은 삭발식을 마치고 승복으로 갈아입은 동자승들입니다. 아이들은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웃고 있습니다. 자신의 머리와 친구의 머리를 서로 만져보며 까칠한 느낌이 신기한 듯 장난을 쳐댑니다.

 이어 장난꾸러기 동자승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기로 결심하며 지켜야 할 계율에 서약하는 수계식이 열렸습니다. 절을 올리는 모습도 제각각입니다. 설법을 듣는 시간에도 장난은 계속됩니다. 동자승들은 수계식을 통해 법명을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오계(①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겠습니다 ②남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③바른 말 고운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④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겠습니다 ⑤스님과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겠습니다)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사진 속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동자승은 올해 여섯 살 된 서시준 어린이입니다. 이 아이는 이날 ‘선덕(禪德)’이라는 법명을 받았습니다.

 어머니 문경숙(38)씨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시준이가 연등행렬 맨 앞에 서는 용을 타고 싶어 하거든요”라고 귀띔합니다. 시준이에게 동자승이 된 소감을 물어보니 “좋아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달아납니다. 그러곤 이내 되돌아보며 웃습니다. 순간 “동심이 불심”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문씨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스님의 삶을 통해 앞으로 살아가면서 남을 배려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잘 어울리며 씩씩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관음사에 따르면 인성교육이 중요한 유아기의 단기출가 체험은 ‘나눔’과 ‘효’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로서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합니다. 생애 특별한 경험을 통해 성장과정에서 자아존중감과 자신감 발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법정을 떠나는 동자승들이 손을 모아 합장한 채 되뇌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 머릿속에 마음속에 맑고 깊게 울려 퍼집니다.

대구=글·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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