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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내던진 「공복」|「스타」출신 이융일 순경의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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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스타덤」의 화려한 생활을 청산한 순경 1년생이 세 번째 모범경찰관 표창을 받았다.
호남순경-이융일(29·광화문파출소) 순경은 유병관 종로경찰서장이 주는 표창장을 받아들고 『영화에서의 경찰과 연기보다 실제 경찰근무가 훨씬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순경-아닌 영화배우 이융일은 「바람난 고양이들」 「세종대왕」「현해탄의 구름다리」 등 1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양종해 감독의 계몽영화 「우리마을」에선 주역을 맡은 낯익은 「페이스」.
대구대학 재학 중이던 그는 지난 61년 군에 들어갔다. 그의 꿈은 영화계에 있었다. 군에 있을 때 「시나리오」를 썼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제대 후 유현목 감독의 주선으로 영화계에 들어섰다. 63년 한국예술영화주식회사에서 모집한 배우모집에 3천명의 응모자중 신인배우로 「픽·업」되었다. 영화에 출연하는 동안 꿈같은 환각 속에 2년이 지났다. 꿈은 부풀어 예술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꿈은 손에 잡힐듯했다. 이강원 감독과 「내버려 두라」를 기획했다.
과수원을 하는 아버지의 재산을 끌어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영화는 나오지도 못한 채 남은 것은 빚과 절망뿐이었다. 그는 66년 10월 실의와 굶주림만을 안고 낙향했다.
일곱달 동안 고향인 경북 경산군 하양면에서 아버지의 사업(과수원)을 돕는 한편 낚시로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물결이 넘실거릴 때마다 물위에 비쳐진 추억들이 가슴을 메워지게 했었다』는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이었다.
고기를 낚던 그는『경찰관이 되어야겠다』고 언뜻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경찰학교에 들어갔다고 했다. 학교에선 대통령 경호교육과정에서 1등을 했다. 얼마 전에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다.
며칠전 일이었다. 2백 근무(대통령가두경호)를 나갔던 그는 「로케」를 마치고 돌아오던 선배이자 전날의 동료인 「스타」신성일과 「트위스트·김」과 마주쳤다. 『처음엔 좀 쑥스러웠으나 헤어지고 나니 오히려 떳떳한 생각이 듭디다.』하면서 이순경은 당수 2단, 유도 2단인 건강한 가슴을 펴 보이는 것이었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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