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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뉴델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뉴데리」는 저밀도 도시 확장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교재와 같은 도시다. 굉장히 많은 녹지, 각주택, 「오피스」마다 널찍한 마당, 평균 30미터정도의 시원하고 널찍한 도로. 서울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고 부러워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가.
「뉴델리」는 한마디로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니면서 도시의 이점도 농촌의 이점도 없는 곳이다. 즉 도시의 활발한 활동성도 없으면서 농촌같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못된다. 구태여 성격짓자면 「졸고있는 도시」라고나 할까.
「택시」를 타지 않고는 아무 볼일도 볼 수 없다. 답배 한갑 사려면 10분은 걸어야 한다. 「호텔」과 은행을 제외하면 3층 이상의 집이 별로 없는데 3백40만의 인구가 널찍한 면적을 즐기고 있으니 도시기능이 살려질 리가 없다. 자전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건 어림도 없는 얘기다. 또 하나는 방사선도로의 도시계획인데 도대체 길 찾기가 죽을 지경이다.
굉장히 넓은 도로에 가로수가 우거져있고 한참 가다보면 잘못 왔는데 그곳이 그곳 같다. 아직 자동차가 많지 않아서 그대로 견뎌가지만 앞으로 많아지면 방사선 교차점은 큰 문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한가지 기분이 좋은 건 건물이 모두 소박하게 그 기후와 일광에 맞도록 설계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시. 국토계획기구의 열의와 노력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계획자체는 별로 신통치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로 도시의 고밀도화를 지향하고 있고, 한국의 도시계획에 대한「리포트」까지 읽고 있을 정도로 국제동향에 민감한데는 감탄했다. 「뉴델리」를 보고 나서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궁위도시 「샨디가르」에 갔는데 여기서도 같은 실패를 보았다. 너무 밀도가 낮아서 도시가 활발하지도 못하고 녹지대도 너무 넓어서 제구실을 못하고 「버려진 땅」이 돼버렸다.
무조건 넓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도시계획 입안자들을 생각하니 우울해진다.【우규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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