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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팔아 곡식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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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무안=임판호·최성기자】전남 지방에서도 가장 하해가 심한 서남·북부지방의 마을에선 요즈음 소, 돼지, 닭 등 봄부터 애써 기른 가축을 시장에 내다 팔아 아예 겨울 차비를 위한 보리를 사들이고 있다.
무안군 일로면 일대에 질펀히 깔린 영화농장은 4백50정보의 넓은 들판. 49년전 일본사람에 의해 개간되었으나 올해처럼 온 들판이 누렇게 가뭄에 타기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일로면 죽산리의 한 농가는 봄에 기른 햇병아리를 한 마리에 2백원씩 내다 팔아 보리를 샀다. 심지어는 종가손처럼 애지중지 기른 황소도 팔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소 값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봄에 중소 한 마리에 3만원 하던 것이 2만원으로 떨어졌으나 그나마 사는 사람은 서울에서 「트럭」을 몰고 온 상인들 뿐이었다. 일로면에선 올 여름 소 1백20마리 중에서 78마리가 팔려갔다.
어느 농가는 아예 타버린 벼를 거름이나 할 양으로 베어버렸다. 몽탄면 장연해(50)씨 집 머슴 강대익(16)군은 『주인이 속상하니 베어 버리라』고 해서 채 자라지도 못한 벼를 벤다는 것.
또 이 지방의 곳곳에선 하늘을 원망하다 못해 당산줄기에 썼다는 묘의 발굴 소동이 나기도 했다. 전남도경에 집계된 파묘 건수는 8월중에만 10여건. 장성군에선 군수가 제주가 되어「기우제」를 지냈다.
파묘 소동도 막을 겸 고을 향교 유지들의 소원에 찬 강권때문이었다. 분지모양으로 된 이곳의 강우량은 여름내 20밀리에서 50밀리정도. 남도의 농민들은 지금도 애꿎은 하늘만 쳐다보며 안타깝게 「구호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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