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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서 놓친 「삼관왕」|장훈의 부상 뒤에 흑막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 「프로」야구 동영 「플라이어즈」의 4번 타자인 재일교포 장훈 선수는 막바지에 올라선 「패시픽·리그」의 수위 타자 쟁탈전에서 「라이벌」 아닌 일본인 투수들의 폭투로 부상, 병상의 몸이 된 채 그의 현재 타율(3할2푼3리)이 끝내 수위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패·리그」의 강타자인 장 선수가 부상한 것은 지난 10일의 대서철전때. 8월 11일부터 수위 타자에 오른 그는 최근 15타석 「노·히트」의 「슬럼프」를 벗어나 수위 타자는 물론「홈런」, 타점 등 삼관왕을 노려 마지막 힘을 기울였는데 이날 서철의 지영투수로부터 왼발 복숭아뼈에 사구를 맞아 전치 2주간의 부상을 당한 것.
올해 들어 장 선수가 일본인 투수로부터 사구를 맞아 부상당하기는 이번까지 꼭 5번째. 야구선수라면 사구를 맞는 일이 가끔 있지만 장 선수의 경우는 그 빈도가 너무 잦고 시기가 꼭 중요한 때라서 일본의 「프로」야구를 잘 아는 「팬」들은 일본인 투수들의 고의적인 사구를 탓하기 마련이다.
이는 지난 8월 9일의 대남해전에서 투수 개천과 이번 지영의 사구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개천 투수의 사구로 부상 당할때는 장 선수가 타율에서 토정(근철) 「홈런」, 타점에서 현촌(남해)과 치열한 경쟁을 하여 삼관왕을 노리던 때다. 이번에는 수의 타자를 확보해 놓고「홈런」에서 3개, 타점에서 13점을 더 앞서면 대망의 삼관왕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그만 악의에 찬 사구로 모든 희망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장 선수가 사구를 맞을 때마다 상대방의 일본인 투수들은 「컨트롤」이 잡히지 않아 어쩔수 없이 저지른 실수라고 변명해 왔다.
지영 투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알고 보면 선수가 재일교포라는 외인선수이기 때문에 그 변명은 한낱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중론이다. 말하자면 외국인, 특히 한국출신 선수에게는 삼관왕 같은 최고의 영예를 주지 않고 일본 선수들끼리 나누어 갖자는 적대의식이 일본 「프로」 야구계의 불문율처럼 굳어져 장 선수 같은 외국인 선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상식화란 이 불문율을 어느 만큼 믿어야하느냐는 것은 「시즌」중 어느 때라도 장 선수가 호조를 보여 머리를 들게 되면 상대방 일본인 투수들은 일부러 경원책(4구)을 써 「홈런」수와 타점을 높여 주지 않는 사실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심한 예의 하나는 작년 「패시픽·리그」에서 일본 선수인 야촌(남해)과 끝까지 「홈런」왕을 다투던 미국 출신의 「스펜서」(판급)가 마지막 고비에서 고의의 사구를 맞아 부상 탈락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장 선수의 부상은 일본 「프로」 야구계의 폐쇄적인 「더티·플레이」의 희생이라 해석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에게 한 가닥 남은 희망은 수의 타자상. 13일 현재 그의 타율 3할 2푼 3리는 2할 1푼 5리보다 8리를 앞서고 있어 토정이 앞으로 잘 맞지 않으면 그는 병상에 누워있어도 삼관왕 중에 첫 손으로 꼽히는 수의 타자상을 탈 수 있는 것. 그 밖에 「홈런」은 현재 26개 타점은 76으로 야촌의 것보다 3·13이나 떨어져 있는데다 2주간의 「블랭크」가 있으니 도저히 바라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과거에 1「게임」에 「홈런」 2개를 5회나 날린 바 있는 장 선수는 주워서 수위 타자상을 기다리기는 싫은 듯 걸을 수만 있으면 당장 경기장으로 달려가 끝까지 삼관왕에 도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장 선수가 속한 동영은 앞으로 14「게임」을 남긴 채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장 선수가 완쾌된 후 다시 출전할 수 있는 경기는 불과 3, 4 「게임」정도여서 「팀」의 성적은 물론 장 선수 개인의 성적이 더 오르리라는 전망은 거의없다.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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