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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찾아가는 이동병원 … 주민들에 맞춤 건강진료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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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환경이 열악한 마을을 찾아 진료 활동을 펼치는 보건소의 방문건강관리사업이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천안·아산지역 보건소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사업을 선정, 신도심에 비해 의료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도심 일대 아파트 단지와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무료 보건의료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소의 맞춤형 방문진료 현장을 찾았다.

천안시 동남구보건소 신지연 치과위생사가 청수동 LG·SK아파트 단지 노인회관에서 올바른 틀니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일 오후 천안시 청수동 LG·SK아파트 단지 경로당이 평소보다 북적이기 시작했다. 보건소에서 경로당을 찾아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온 할머니 30여 명이 의료진 도착 시간에 맞춰 순서를 기다리며 긴 줄을 만들었다.

“어르신 혈당 수치가 지난달 보다 높게 나왔어요. 약을 드실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관리가 꼭 필요합니다. 믹스커피 많이 드시지 마시고 블랙으로 조금만 드세요. 체중도 많이 나가셔서 운동도 꼭 하셔야 해요. 방이나 집 앞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시고요. 식사는 흰 쌀밥보다 이왕이면 현미밥을 드시고 생선과 야채 위주로 반찬을 드시면 좋아요.”

차분한 어조로 말하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는 강상순(79) 할머니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 할머니는 7년째 이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자식들을 외지로 보낸 후 외로움에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하는 등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디스크가 재발해 2주째 방에서 누워만 지냈다. 경로당에는 이처럼 병원까지 이동이 쉽지 않거나 병원비가 아까워 아파도 참고 지내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보건소 방문진료는 기본적인 검사와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인 셈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도 한방진료를 받기 위해 줄이 늘어섰다. 한방치료는 허리와 무릎 관절에 통증을 느끼는 노인들이 선호한다. 침과 뜸으로 통증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보건소 치과위생사가 진료를 받은 주민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노인들의 구강관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틀니 하시는 어르신들 많으시지요. 여기 틀니를 넣는 통이 있어요. 틀니를 깨끗이 닦아 물과 세정제를 넣은 통에 넣었다가 아침에 일어나 깨끗이 흐르는 물에 씻어주세요. 이후 통에 담근 물은 꼭 버리셔야 해요. 아깝다고 계속 쓰시면 변기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간혹 어르신들이 아깝다고 일주일 넘게 사용하거나 심지어 냉장고에 보관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딱 보면 압니다. 누구신가요. 손들어 보세요” 치과위생사의 재치 있는 말투에 할머니 몇 명이 자신이 그랬다며 자랑스럽게 손을 들자 경로당이 한 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위생사는 ▶노인들에게 흔한 구강문제 ▶손쉬운 구강관리 ▶구강운동 따라 하기 ▶나의 구강관리 목표 점검 등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이처럼 천안시 동남구보건소는 교통불편, 진료비 부담, 건강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건강관리를 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동남구보건소는 의료진이 매달 1차례 이상 농촌지역과 원도심 일대 경로당을 대상으로 맞춤형 건강서비스인 ‘우리 마을 주치의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을 우선으로 선정해 보건지소 마다 1개 마을, 동 지역은 3개 마을을 선정하고 자체 팀을 구성, 방문보건팀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혈압·혈당·뇨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는 물론 간이도구를 이용한 치매선발검사 및 노인우울 정도 측정, 건강상담 및 보건교육, 구강검진 및 노인불소도포, 틀니 세척, 구강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보건소는 이와 함께 최근 증가하고 있는 노인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아우내은빛복지회관과 광덕보건지소 등 4개 지역을 선정, 노년기 정신건강·생명사랑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천안시정신보건센터와 천안동남소방서의 협조를 받아 사전척도 검사, 웃음치료, 자살 및 우울, 신바람 노래교실, 만족도 조사, 생명사랑교육, 우울척도검사, 심폐소생술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보건소는 서북경찰서와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이미용협회, 사진동호회 등과 연계, 맞춤형 건강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지역 주민들의 만성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소외계층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일반진료, 건강상담, 보건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서는 생활안전교육과 노인범죄상담을, 천안한방병원은 침·뜸 등 한방진료, 소방서는 화재예방·응급처치교육, 이·미용협회와 사진동호회는 이·미용서비스와 영정사진 촬영을 맡고 있다.

아산시 보건소도 오지·고령 농촌마을 등 의료취약계층에게 내과·치과·한방 등 통합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자 지난해 11개 지역에서 올해 18개 지역으로 지역을 확대했다.

 천안·아산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뿐만 아니라 지역의 기관과 단체가 함께 보건·복지자원 연계 체계를 구축해 취약계층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문인력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사업의 효과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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