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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기의 빈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작년 이맘때다. 애들의 학비에 보탬을 해보고자 돼지새끼를 두 마리 사다 길렀다. 고약한 냄새가 집안에 난다고 그만두자는 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젠 제법 그것들이 꿀꿀대는 소리를 친근하게 느끼게끔 되었다.
난 아침이면 구정물을 받아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귀찮고 깨끗이 못한 것 같았지만 그것마저 이젠 익숙해지니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는 동안 재미있는 일은 구정물에 비친 집집마다의 생활상을 엿보게 된 것이다.
음식 찌꺼기를 버리는 구정물통 안에서 나는 그 집의 빈과 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누구 집 며느리는 아낌성 있고 깔끔해서 밥티 찌꺼기가 적지만 누구 집 딸은 덜렁거리기만 하지 짭잘한 살림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군한다.
○…밥티나 음식 찌꺼기가 나올수록 우리 집 돼지를 의해선 좋지만 큰돈을 저축하기 전에 적은 밥티, 찌꺼기 하나부터 아낄 줄 아는 정신을 가지고 생활하는 여성이 많을수록 우리 나라도 다른 나라 사람처럼 잘 살수 있지 않을까? <이동규·39·주부·경남 함양군 함양읍하동3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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