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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쉰다고 손님들이 다 전통시장 오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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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형마트 규제 1년.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니라 대형마트 측과 중소상인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자율협의를 통해 상생방안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숙 금촌전통시장 상인회 이사, 신영균 금촌전통시장 상인회장, 이마트 김진현 파주점 인사파트장, 한윤자 파주시 기업지원과 주무관. [안성식 기자]

“대형마트가 쉰다고 그 손님들이 다 여기로 오는 줄 알아요? 그렇게 생각한 정치인들이 이상한 거지.”

 21일 오전 찾아간 파주 금촌시장에서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신영균(64)씨가 한 말이다. 신 회장의 말대로 금촌시장은 이날 5일장 날을 맞았지만 생각보다 한산했다. 4㎞ 떨어진 파주 이마트가 이날 의무휴업으로 문을 닫아 적지 않은 쇼핑객이 이곳을 찾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좋게 깨졌다. 시장에 들른 사람 중 간혹 가게 앞에 전시된 과일·생선을 둘러보는 이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 그냥 구경이라도 온 듯 휙 둘러볼 뿐이었다. 특히 20~30대 젊은 고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 21일은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휴일 영업 정지를 강제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솔직히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질문에 시장 상인 김순자(55)씨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돌아올 이익 중 전통시장 상인들이 가져가는 몫은 채 2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시장 주변 500m 안에 있는 중·소형 수퍼마켓 5~6개 정도가 대형마트 휴업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얻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금촌시장 바로 맞은편에 있는 수퍼마켓에서는 ‘원 플러스 원’‘반값 세일’ 등 각종 할인행사를 펼치면서 고객을 끌고 있었다. 수퍼마켓 앞에서 만난 이진성(32)씨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지만 전통시장은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가기가 망설여진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금촌시장을 비롯한 파주시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시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다. 파주시에 있는 대형마트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지역 재래시장의 5일 장날에 맞춰 쉰다. 예컨대 1, 6일(매월 끝 날자)에 5일장이 서는 금촌 지역은 매월 6일과 21일, 4·9일이 장날인 문산 지역은 매월 4일과 19일에 대형마트(홈플러스 문산점)가 문을 닫는다. 당초 파주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주 일요일로 지정하려 했다. 하지만 지역시민단체·시장상인·대형마트 등과 논의를 거듭한 결과 특정 요일을 지정해 휴무하는 것보다 5일장이 서는 지역 특성에 맞춰 휴무일을 조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파주시의회 이평자(새누리당) 부의장은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이용을 극대화하면서도 휴무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대형마트 점포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날을 휴무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촌시장 상인들도 전통시장으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 회장은 “다음 달부터는 인근 신도시 주민들을 공략하기 위해 택배 서비스도 도입하고, 대형마트로부터 강사를 지원받아 서비스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주차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여느 전통시장과 달리 1342m²(약 405평) 규모로 주차장이 마련돼 있고, 30분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파주 외에도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윈-윈’하는 모델을 고민하는 지자체가 하나둘 생기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와 전남 순천시는 파주와 마찬가지로 의무휴업일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고양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매월 1, 15일이다. 지역 내 전통시장이 두 곳에 불과하고 일산신도시 등 베드타운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전남 순천시도 공휴일 의무휴업 대신 월 2회 자율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순천시 역시 당초 의무휴무일은 둘째·넷째 일요일이었지만, 도농복합도시인 지역 특성상 휴일에 대형마트가 모두 문을 닫아버리면 주민 불편이 적지 않다고 판단해 자율휴무로 전환했다. 서울 마포구는 상생협의 결과 채소·과일·생선·정육 등 신선식품을 품목제한 상품으로 정하는 조건으로 합정동에 홈플러스 입점을 허용했다.

파주=김영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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