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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승인 안난 홀서 예식 … 시청의 공사 중단 명령도 '나 몰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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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9일 아산시로부터 공사 중단 명령을 받은 AM웨딩홀 현장

KTX천안아산역사 내 AM웨딩홀이 사용승인 절차를 무시한채 지난 6일 예식을 강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아산시로부터 공사, 사용 중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하루 만에 공사를 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피해자들의 사례와 사건의 정황을 짚어봤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던 결혼식

“예식 하루 전까지 인부들을 도와 공사를 함께 진행했어요. 예식을 하루 앞두고도 웨딩홀 측에서는 결혼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는데 걱정이 돼 가보니 준비가 전혀 안돼 있었어요. 결국 결혼식은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6일 예식을 올렸던 김민성(36·가명)씨는 그날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김씨를 비롯해 이날 이곳에서 결혼식을 진행한 부부는 모두 4쌍이었다. 축복 받아야 할 결혼식이 사용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예식을 진행한 업체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린 것. 혼주와 가족들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주일 전 폐백실 등의 주요시설을 갖추는 조건으로 각서를 제출했다. 각서의 내용에는 예식비용을 계약금액의 40%로 낮추고 식대는 1인 당 1만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만약 주요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받기로 했다. 업주는 각서에 사인을 하고 그 전까지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아산시에 요구해 영업 허가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정률이 불과 40%밖에 안돼 예식 당일 하객들은 예식장내 화장실이 마련되지 않아 50여 m 떨어진 천안아산역사 내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식사는 바닥과 벽면 공사도 제대로 완료되지 않은 임시 피로연장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서 했다.

천장 조명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어두컴컴한 상황에서 예식이 진행됐고 그마저도 한 홀에서 4쌍의 결혼식을 치르느라 1시간 이상 행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난방시설도 전무해 하객들은 물론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까지 벌벌 떨어야 했다.

“멀리서 와준 하객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뿐이죠. 음식 준비도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공사장에서 하고 수저도 모자랐어요. 결혼식이 끝난 이후 업체관계자를 만나려고 했지만 자신들은 할 도리를 다했다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더군요. 다시는 저희처럼 피해를 보는 분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1 11일 중단 명령을 무시한 채 공사를 재개한 현장. 2 6일 식사를 위해 줄 서 있는 하객들. 3 웨딩홀 입구의 안내문. 조영회 기자

공사 중지 명령도 무시 입점 업체 한숨

AM웨딩홀은 철도시설관리공단의 임대사업체다. 철도시설관리공단이 KTX천안아산역 내 빈 공간을 활용하고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1년 11월 아산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승인 받은 뒤 공사를 맡아 진행해왔다. 이후 지난 1월 15일에는 웨딩홀의 전체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시에서는 주차 등의 문제를 들어 설계변경 요구안을 보류했다.

시 관계자는 “설계변경을 했기 때문에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일체의 영업이 금지됐음에도 업체의 이익을 위해 예약자를 받고 예식을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해 지난 9일 공사 중지 및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고 관련자들을 아산경찰서에 모두 고발조치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측은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지난 11일, 시의 명령을 무시한 채 타일 작업을 하는 등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무실에 있던 관계자에게 공사 재개 경위에 대해 묻자 “우리는 직원이 아니다. 업체 사장으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 돈을 받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뿐 공사 재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16일 현장을 다시 찾아 확인해본 결과 이들은 웨딩업체의 본부장과 직원으로 드러났다. 11일 취재 당시 “직원이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른다”며 발뺌한 것에 대해 묻자 즉답을 피한 채 고용한 용역업체 내세워 취재진을 밖으로 몰아냈다. 이후 취재팀 사무실로 “기사를 내 보내지 말라”는 협박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공사 중지 명령 해제를 업체 측에 공지한 적이 없다”며 “정식 해제가 될 때까지 웨딩홀은 폐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AM웨딩홀에 입점할 업체(스튜디오, 의상대여실, 미용샵 등) 10여 곳은 보증금만 선납한 채 기약 없는 영업 게시일 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일부 업체는 계약해지를 요청했지만 AM측에서 확답을 피하고 있어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A입점 업체 관계자는 “보증금으로 돈을 투자한 상황에 공사가 중단돼 막막하다”라며 “보증금으로 낸 돈을 그냥 돌려받고 싶어도 마냥 기다리라고만 할 뿐 확답을 주지 않아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입점 업체 관계자는 “AM웨딩홀 측에서는 며칠 내로 곧 공사가 재개될 것이니 걱정말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전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라며 “계속 공사가 지연될 경우 우리도 마냥 앉아서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라고 말했다.

철도시설관리공단 관계자에게 업체선정 과정에 대해 묻자 즉답을 피하면서도 “공사중지명령이 난 후에 업체측에서 공사를 진행한지 미처 몰랐다”라며 “업체측과 협의 후 그동안의 경과를 확인한 뒤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해명했다.

AM웨딩홀 관련 사건 일지

-2011년 11월30일 철도관리시설공단 아산시 측에 KTX천안아산역 빈 공간에 웨딩홀 건축 승인 요구 허가 통보.

-2013년 1월 13일 철도관리시설공단 아산시 측에 설계변경 요구. 시는 허가 유보.

-4월 6일 웨딩홀 측 공사 진행 중 예식 강행.

-4월 9일 아산시 AM웨딩홀 영업, 공사 중단 명령/업체 관계자 아산경찰서에 고발 조치.

-4월 11일 공사 중단 명령 후 공사 강행.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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