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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새 실험」경제개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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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대양 5대주에 「유니온·재크」를 펄럭이며 『하루 24시간 해질 때가 없다』고 호언해 온 『대영제국의 영광』도 어젯일. 지금 영국은 불안한 국제수지, 「파운드」위기와 낮은 경제성장률 등 경제적 곤경을 빠져 나오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임금·물가를 동결하고 심지어 해외여행을 억제하며 공공요금을 인상한 것 등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정부가 작년 7월 이후 취해온 정책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긴축정책이 임시적 방편이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과감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가도 보는 영국의 노동당 내각은 산업구조개선, 지역개발, 고용구조 변경과 계획경제 강화 등의 개조정책을 대담하게 밀어나가고 있다.
『「케인즈」경제학이 나온 이후 선진국에서 채택한 가장 엄격한 정책』으로 비평되는 영국의 긴축정책이 시행 된지 어언 1년. 그동안 국제수지는 다소 호전했으나 「윌슨」수상은 생산성에 역점을 두고 『경제위기가 해소되더라도 가정의 소비만은 계속 억제하면서 투자를 우선시키겠다』고 강조, 앞으로도 긴축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 결과가 긴축에 바탕을 둔 적극적인 설비투자 조성정책. 「파운드」위기의 근본원인이 영국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때문이고 따라서 긴축정책을 완전히 폐기하려면 우선 산업을 강화해야한다는 전제아래 전체산업의 중심이 되는 제조업 투자를 늘리자는 것이 이 정책의 기본 목표다.
이렇듯 공존하는 두 개의 정책을 통해 영국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파운드」방위정책으로 수요가 절감된 금액의 50% 해당액을 투자조성과 개발지역 제조공업 원조에 투입했다.
지원 규모는 정부가 승인하는 제조업 및 천연자원 개발산업에 대해 기계, 설비비용의 25%, 건물 신축비용의 25%까지 각각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 이 지급비율은 또한 지역 개발정책에 따라 지정된 「잉글랜드」북부 「스코틀랜드」「웨일즈」등 5개 특별지정지구에 공장을 세울 경우 각각 45%와 35% 수준까지 늘어난다.
영국의 산업수준을 높이려면 노동력과 토지가 한계에 다다른 중앙지역 보다 뒤떨어진 지방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영국 전체의 평균한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고용 면에서도 산업별로 세제상의 차별대우를 규정, 낡은 산업체계를 개혁하려는 선별적 고용세에 의해 부족한 노동력의 제조업 집중이 시도되고 있다.
선별적 고용세는 산업을 제1(상업·금융·「서비스」·건설업) 제2(농림·수송·통신·전기·개스업) 및 제3(제조업) 분야로 구분, 일률적으로 징수한 종업원 1인당 매주 25「실링」의 고용세를 제1「그륩」은 그냥 두고 제2「그룹」은 징수액 만큼 반환하며 제3「그룹」은 7「쉴링」6「펜스」를 환부하는 것.
즉 『상업이 발달하면 그들이 번만큼 물가가 오르고 금융업자가 사업을 확장하면 그만큼 금리가 오른다』는 생각 밑에 제1「그룹」을 축소하고 여기서 방출된 노동력을 제조업이 고용토록 하자는 시책.
겸하여 일을 하건 안하건 지위가 고정상태에 있기 때문에 게을러지기 쉬운 경향을 타파하기 위해 지위상승과 「링크」된 임금제도, 항만노동자의 상고제 등도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일하는 사람에게만 적합한 지위가 보장된다』는 생각을 공장 사무실 및 상류계급에까지 자리잡게 하여 『선택된 사람만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계급의식에 도전함으로써 사회전체를 개조하려는 것.
한편 국가와 기업의 관계도 새롭게 규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특혜라는 등의 비난을 받기가 일쑤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대기업을 국가적 생산을 위한 부문이며 이를 육성하는 것이 곧 영국의 힘을 기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기업은 공공의 것인 만큼 경리내용, 중역급여, 정치헌금 등 해당 기업의 운영규제에 관한 강력한 권한을 상무성이 유보하면서 한편에서 과감한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며 또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의 계획도 무시하는 경영자가 영국에는 한사람도 없다는 것.
물론 「서비스」산업을 축소, 제조업으로 대치하고 도시의 발전하는 「에너지」를 지방에 주입, 경제지도를 바꾸며 낡은 신분제도를 타파, 밝은 사회를 만든다는 등의 새로운 「실험」은 아직 그 효과를 수자로 측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개조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경제적 불안이 해소됨으로써 「새로운 영국」이 다시 국제시장의 실력자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아 다가올는지도 모른다. <박동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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