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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테러처럼 … ‘외로운 늑대’ 짓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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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5 보스턴마라톤 테러를 누가 왜 저질렀나. 미 수사당국은 동시다발 공격에 대량 인명살상을 목표했다는 점에서 기획된 테러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먼저 주시하는 쪽은 이슬람 과격세력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의 수법이 예멘 기반 알카에다가 발행하는 인터넷 잡지 ‘인스파이어’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서방 지하디스트(이슬람 과격주의자) 지원자들을 겨냥해 영어로 발행되는 이 잡지는 최근 사제폭탄을 사용한 공격방법을 상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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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내 극단주의 세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5일(현지시간)은 미 독립전쟁의 첫 번째 전투인 렉싱턴 콩코드 전투를 기념하는 ‘애국자의 날’(4월 셋째 주 월요일)이다. 동시에 소득세 신고 마감일이기도 하다. 연방정부 혼란을 꾀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종종 이날을 전후해 폭력행위를 벌여왔다. CNN 국가안보 담당 분석가인 피터 버겐은 “이번에 사용된 폭탄은 극우 극단주의 단체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것과 같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외로운 늑대(lone wolf)’형 개인 테러일 가능성도 있다. ‘외로운 늑대’란 1990년대 중반 백인 우월주의자 알렉스 커티스와 톰 메츠거를 수사하던 수사당국이 만들어낸 용어다. 특정 조직이나 이념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개인적 반감을 이유로 폭력행위를 벌인 이들을 가리킨다. 1995년 4월 19일 168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했던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테러를 바로 이 ‘외로운 늑대’형 테러범 티머시 맥베이가 벌였다.

 범인들이 철통 보안을 어떻게 뚫고 폭발물을 설치했는지도 수사 초점이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찰이 마라톤 결승선 주변 경계를 48시간 전에 마친 상태였다. 폭발물은 폭발 직전에 현장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NN은 경찰당국을 인용해 외국인 억양의 검은 피부 남성이 용의선상에 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폭발사건 5분 전 검은 배낭을 메고 마라톤 제한구역 안에 들어가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20세 청년을 주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폭발 직전 현장에 있었던 그가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경찰이 보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CBS방송은 수사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 남성에게 혐의가 있거나 체포 상태가 아니며 수사에 협조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역경찰과 공조해 매사추세츠 리비어의 한 아파트를 수색 중이라고 알려졌지만 역시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이번 테러를 자인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없다. 2010년 뉴욕 타임스스퀘어 차량 폭발 테러 미수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파키스탄 탈레반은 보스턴 테러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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