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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전공 설계 … 벤처·영화 만들어도 학점 줄 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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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강대가 18일로 개교 53주년을 맞는다. 올 개교기념일은 서강대에 더욱 각별하다. 서강대는 지난 2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 지난달엔 서강대를 세운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의 500년 가까운 역사에서 첫 교황이 나왔다. 지난달 1일 취임한 유기풍(61) 총장은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주도하는 글로벌 프런티어 교육의 전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2005년 서강대가 사제가 아닌 교수들에게 총장 자리를 개방한 이후 유 총장은 비(非)사제 총장으로선 전임 손병두·이종욱 총장에 이어 세 번째다. 유 총장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 서강대의 위상을 자평하면.

 “엄격한 서구형 대학의 전형을 한국 사회에 선보였다고 자부한다. 강의실에서 학생별로 정해진 자리에 앉게 하는 지정좌석제, 한 학기에 결석을 여섯 번 하면 F학점을 주는 FA(Failure because of Absences) 제도, 영어 교육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대학들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리더 역할을 서강대가 해왔다고 본다.”

 - 학생 주도형 교육을 내걸었는데.

 “남들 하는 대로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만으론 창의적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수년째 문턱 없는 ‘다전공제’를 운영해 왔다. 다전공제를 발전시켜 학생 스스로 자기 전공을 설계하도록 장려할 거다. 영화 제작, 고시 응시, 벤처 창업도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만들려 한다. 대학 전체가 융합의 용광로가 되게 할 거다.”

 - 서강대는 연구에 강하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교수연구 부문 3위를 했다.

 “연구 성과는 자연과학에서 많이 나온다. 서강대는 타 대학에 비해 이 부문 비율이 작다. 그럼에도 큰 연구 성과를 내왔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 필요하고,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에 더욱 집중할 거다. R&D(연구·개발)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R&DB’ 체제도 갖추고 있다. 학내 기술지주회사를 운영 중이며 자회사가 11개에 이른다. ”

 - 연구 실적이 저조한 교수들을 독려할 방법은.

 “한국 대학들이 연구 성과가 뛰어난 스타 교수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은 잘 한다. 하지만 가능성 있는 내부 교수를 스타 교수로 성장하게 도와주는 데는 소홀하다. 그래서 서강대는 ‘프런티어 리브(leave)’를 마련 중이다. 협약을 맺은 미국 명문 대학 에 교수들을 보내 일정 기간 연구원으로 활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

 - 서강대가 특성화하려는 분야는.

 “사회과학 쪽에선 동아시아 연구학이다. 여기서 내는 학술지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출판할 정도로 저명하다. 그리고 의료 분야다. 서강대는 의대가 없는 대신에 의료과학·의료장비 연구에 매진해 왔다. 학내에 첨단 의료기기사업본부와 초음파영상진단기기사업단도 있다.”

 유 총장은 “다음 달 미국 하버드대를 방문해 ‘서강·하버드 암연구소’를 서울에 만드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양 대학의 연구진, 대학 소속이 아닌 국내 종합병원, 연구 결과의 라이선싱을 맡을 기업 등 4자가 힘을 합치는 컨소시엄 형태다.

 - 서강대가 직면한 도전은.

 “비단 우리만의 사정은 아니지만 재정적 어려움이 난제다. 우리는 이를 이른바 ‘펀드메이킹’(fund making)으로 풀려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대학 수입 중 3분의 1이 교수들의 특허·벤처창업·지식 이전 수입 등에서 나온다. 국내 대학 중 드물게 우리는 창투사를 갖고 있다. 대학과 동문이 십시일반 참여했고 국가 지원도 일부 받아 5년 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학교가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사립대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미국은 주 정부가 주립대 못지않게 사립대도 많이 지원한다. 고급 인력 양성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성시윤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유기풍 총장은=1952년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화학공학과(70학번)를 나와 77년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박사 학위(화학공학)를 받았다. 84년 서강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기획처장·공과대학장을 지냈다. 2009년부터 산학부총장을 맡아 서강대 벤처 창업을 이끌어 왔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유체 추출법’이라는 특허로 염분과 열량이 적은 ‘서강라면’, 항암 효과를 높인 ‘서강 홍삼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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