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가 칼럼] 버스 대열운행, 일정 여유있게 잡아 피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한국도로공사 서준호 충청지역본부장

“살아도 문제다.”

 전신화상을 입고 온 몸에 붕대를 두른 채 누워있는 아이를 보고 한 아버지가 내뱉은 장탄식이다. 때는 수 년 전 영동선의 봄날, 초등학생을 태운 관광버스가 대열운행을 하고 있는 중간에 승용차가 끼어들었고 이를 보고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계속 달리던 버스가 앞차와 추돌을 피하려다 옆 차로의 차량을 들이받으며 맨 앞자리에 있던 남학생이 밖으로 튕겨져 나왔고 전신에 불이 붙은 것이다. 뒤늦게 달려온 아버지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달라진 얼굴로 평생을 살아갈 아들 생각에 탄식을 내뱉어 주위를 가슴 아프게 했다. 일행에 끼어든 차량을 인정하지 않고 마냥 바짝 붙어 운행하던 운전기사도 문제지만 맨 앞자리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학생, 이를 시정하지 못한 인솔교사의 미흡한 지도도 아쉬웠던 사고였다.

 대열운행 사고는 지난 2000년 추풍령에서 18명이 사망한 이래 사회적 문제가 되어 이에 대한 근절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매년 계속되고 있고 바로 한달 전에는 호남선에서 초임장교를 태운 단체버스가 역시 대열운행을 하다가 안개 속에서 8중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관광버스가 줄을 지어 가는 장면은 지금도 CCTV를 통해 수시로 볼 수 있다. 왜 그런지 운전기사들에게 물어보면 일정이 빡빡해서 보조를 맞춰야 하고 관람장소에 늦게 도착하면 일부 학생들의 견학시간이 부족해서라고 항변한다. 이는 운전기사들의 의지에만 호소할 문제가 아니라 체험학습을 주관하는 학교측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계획을 수립할 때 방문장소를 단순화해서 여유로운 일정이 되도록 하고 휴게소 정차시간이나 관람 시간 등을 충분히 확보해서 운전자들이 서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보조를 맞추는 문제는 몇 개의 휴게소를 중간집결지로 정해서 이곳에 모여 다시 출발하고 그 사이는 자유롭게 운행하는 징검다리 식 운행을 하면 해결할 수 있다.

 요즘처럼 통신과 내비게이션이 발달한 시대에 굳이 일행을 육안으로 확인해가며 갈 필요는 없다. 이제 일행은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행이든 다른 차량이든 별개의 차량으로 인정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때만이 안전운행이 보장된다. 이와 함께 운전자에 대한 계도도 중요하지만 학교와 사회에서도 단체버스의 안전을 위해 상호 노력해야 관련 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서준호 충청지역본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