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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장난신고 91차례…경찰관들에게 15만~30만원씩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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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아파트 옥상인데 뛰어내리려고 합니다. 아파트 아래에 차가 주차돼 있으니 빨리 좀 치워주세요.”

 지난해 3월 17일 대구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신고센터. 한모(48)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자살을 예고하는 듯한 전화를 걸어왔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 두 명은 즉각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한씨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3일 뒤 신고센터에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을까 고민 중이다”는 자살 예고자의 신고 전화가 또 걸려왔다. 이때 신고자 역시 한씨였다. 경찰은 30여 분간 수색한 끝에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씨를 찾아냈다. 그는 경찰에게 “마음이 무거워 장난 삼아 신고했다. 이왕 왔으니 소주나 사주고 가라”고 말했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그는 112에 이 같은 장난 전화를 한 달 동안 91차례 걸었다. 대부분 “죽겠다. 자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바람에 경찰관들은 26차례 출동해 수색작업을 벌여야 했다. 연인원 52명의 경찰력이 투입됐다.

 대구 수성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박모(58) 경위 등 경찰관 10명은 지난해 7월 한씨를 상대로 “허위 신고로 공권력을 낭비한 것은 물론 스트레스까지 심하게 받았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 요구액은 1인당 출동 비용과 순찰차 기름값 등 총 1360만원이었다. 대구지법 제4민사소액단독 성기준 판사는 15일 “한씨는 원고에게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30만원씩, 모두 2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성 판사는 “허위 신고로 경찰관들이 정상 업무를 중단한 채 긴장 상태에서 신고 현장에 출동해 정신적인 손해를 본 게 명백한 만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성 판사는 경찰관의 출동 당시 계급, 나이, 근무 상황, 수입 등을 종합해 이같이 결정했다.

 한씨는 이미 허위 신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태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허위 신고로 경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로 기소된 한씨에 대한 항소심(2012노2289)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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