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관중 적은 건 우승에만 목 매기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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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공인구를 들고 활짝 웃는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김형수 기자]

“아마추어는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일이다. 프로는 비즈니스를 하자는 거다.”

 한웅수(56)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의 말이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속마음을 잘 감추지 못한다. 목소리도 크고 성격도 급하다. 한국 프로축구의 개혁과 제2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그는 지난 2월 프로연맹 총장에 부임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프로축구선수 구단별 평균 연봉을 발표했다.

 프로축구가 연봉을 공개한 건 1983년 출범 후 처음이다. 일부 구단이 반발해 2년 넘게 준비만 했던 걸 전격 공개했다. 프로축구 선수의 평균 연봉이 야구 선수보다 높다는 게 화제가 됐다.

 그를 발탁한 사람은 권오갑(62) 프로연맹 신임 총재다. 이들은 10년 전에는 프로연맹 이사회 멤버로 함께 회의를 하면서 얼굴을 붉히기도 했던 사이다. 권 총재는 얼마 전 프로연맹 직원들에게 “그동안 시끄럽게 떠들었으니 직접 와서 한번 해보라고 모셔왔다”고 한 총장을 소개했다.

 한 총장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비판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축구가 인기는 야구에 뒤지는데 몸값만 비싸다’는 비야냥을 듣기 딱 좋은 발표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구단별 수입도 함께 발표하고 싶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관중이 730만 명이다. 관중 수익은 630억원이다. 축구는 지난해 관중이 230만 명이었다. 관중 수익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0억원이 안 된다”며 “팬이 없는 축구장은 물이 없는 어항이다. 이렇게 된 건 구단들이 우승에만 목을 맸기 때문이다. 선수 연봉 발표는 화장을 지운 우리의 민낯을 숨김없이 보고 문제점과 해법을 찾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특히 선수들에게는 “팬들을 불러모으려면 구단은 물론 선수도 지역에 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 지역 팬을 위해 평일 오후 세 시간 정도 할애하지 못하면 프로가 아니다. 홍명보 감독도 미국 LA 갤럭시에서 뛸 때 뉴욕 원정경기 뒤 6시간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지역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걸 당연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을 두고 ‘엿맹’이라고 놀려대는 팬도 있다. 한 총장은 “축구팬 입장에서 답답하더라도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며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J리그의 ‘백년구상’ 같은 명확한 거시 목표를 세우고 일치단결해 느리더라도 꾸준히 발전하는 프로축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유소년 축구에 대해서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 총장은 “축구는 경기를 통해 희생·배려·인내·순응 등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정말 멋진 종목”이라며 “K리그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 팀이 있는 22개 연고 도시에서 주말마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이 둥둥 떠다니면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한웅수 총장은=1982년 축구협회 말단 직원으로 축구행정과 인연을 맺은 지 31년 만에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83년 FC 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 창단 멤버로 영입된 그는 선수단 주무부터 시작해 90년 사무국장, 2002년 단장에 올랐다. 2010년 5월 5일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첫 6만 관중 기록(FC 서울)을 세웠다. 우승과 최다 관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FC 서울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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