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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거후의 경제과제 - 제정안정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무척 많은 돈이 나돌고 있다는 것은 누구 나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요즘-.
정부는 5월만 통화량이 한달 전보다 3억이 줄어 재정안정계획은 매우 견실하고 순조롭게 집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렇듯 예상외의 통화량 안정추세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오히려 의구심을 품고 있는 듯-.
즉 통화량이 「통계의 마술사」에 의해 외형상 안정세를 눈요기 시켜주고 있지만 내면에는 심각한 불건전 요소가 꿈틀거리고 있으리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의구심인 것.

<재정수요 압박 예산팽창 우려>
이렇듯 불 건실한 바탕 위에서 재정안정계획은 금후 어떠한 시련을 이겨내야 할 것인가?.
선거 때의 공약이란 공약화 되는 것이 과거의 타성이었지만 그러한 타성이 앞으로는 계속될 보장은 없다.
마치 공약의 전시대회 같은 인상마저 풍겼던 이번 선거는 그렇지 않아도 넘치는 재정수요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게 했다.
우선 연내에 50억을 공적 사업자금으로 추경예산에 책정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이에 앞서 연초부터 추경에 미루고 있던 농산물 안정기금 60억, 조달기금 50억, 환평형 기금 80억, 중소기업자금 20억, 농어촌 개발공사를 비롯한 각종 공사의 난립으로 요청되는 출자금 수요 등을 모두 따지면 추경에 기대를 걸고있는 소요액은 3백억 원을 육박한다.
세출수요의 무한성에 반해 세입재원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AID자금, 잉농물 도입의 부진에서 빚어진 총자세입의 둔화, 그 동안 세입의 대종인 내국세의 결함 등은 기정예산을 충족시키기에도 벅차다는 현실이고 보면 무리한 예산팽창(추경)으로 재정「인플레」의 부활을 초래할 우려마져 있다.

<내년 이후에도 세출요인 늘 듯>
세입원의 부족을 참작하여 추경규모를 백억 정도로 압축시켜 공약에 대한 응급치레 정도로 추경을 떼 워 넘길 심산인 듯 하지만 방대한 세출요인들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 주름살을 미치게 될 것이고 그것은 하반기엔 선을 보일 세제개혁과 이에 따른 세수추정에 좌우될 듯.
특히 너무 많은 선거공약은 재정면에 심한 충격을 주어 모처럼의 소경안정이나마 깨칠 우려가 있음을 염려하여 경제계 일각에서는 공약을 축소 내지 재조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거 기간 중에 통화량은 감소>
당국은 5월 말 통화량이 7백73억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4월말보다 3억이나 준 것이며 2·4분기 말 목표 통화량 7백80억과 기 중 평균 통화량 7백85억을 쉽게 지켜갈 수 있다고 낙관한다.
그런데 5월말의 통화량을 안정 선으로 이끌게 한 주요 원인은 전월 말에 비해 (1)공공부문에서 58억이 세입초과를 빚었고 (2)예금이 한달 동안에 70억이나 늘었고 (3)전 금융기관의 미청산 수표가 작년 5월의 84억, 금년 1월의 69억에 비해 지난 5월에는 1백62억에 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통화량 흡수요이 해외부문 비료계정 등에서 빚어진 증가요인을 눌러 오히려 3억이 전월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억지 세출억제 세출집중 초래>
그런데 이러한 통화량 흡수요인에는 많은 문제점을 품고 있음을 풀어볼 수 있다.
공공 부문에서 58억이 감소되었다는 것은 그 동안 세입부진 현상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이는 곧 무리한 세출의 억제에서 빚어진 것으로 해석되며, 따라서 그러한 세출억제는 금후에 세출집중을 빚어 내여 통화량의 불 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예금이 한달 동안에 70억이 늘어났다면 너무나 반가운 현상이긴 하나 연간 저축목표가 4백8억인데 5월말에 이미 저축성 예금이 3백83억이나 되어 저축의 엄청난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요구불예금의 저축 분장 의심>
여기서 월말 통화량 계수를 낮추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요구불예금이 저축성예금으로 분장되었으리라는 의심을 전문가들이 갖는 것.
안정계획의 실패는 지난날의 성과는 물론이고 내년 또 2차 계획 추진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미봉적인 안정계획운영은 탈피하고 명백하게 부각·요약되고 있는 세입부진, 외환「인플레」등 근본적인 장해요소를 제거하는 대책이 이제 선거 후 하반기엔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도 환평형 기금 설치, 무역자유화, 외화대부, 수입금융 등 근본 대책을 고창하고 있으니 말이다. <엄>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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