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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여성 지도자회의|여성의 봉사로 민주시민교육 - 주정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보건사회부 부녀 아동국과 주한 미국 공보원은 공동주최로 제1회 여성지도자회의를 16·17 이틀동안 서울 미국공보원 소극장에서 갖는다. 각 여성단체에서 1, 2명의 대표가 참석하는 회의는 다음과 같은 강연과 분과토의로 진행된다.
◇16일…▲「국가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여성의 역할」=「엘리자베드·M·그린필드」(전 미국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한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여성의 역할」=현기순(서울대 사대교수)
◇17일…▲「여성의 자진봉사를 통한 민주시민의 교육」=주정일(보사부 부녀아동국장) ▲「지역사회봉사 활동을 통한 민주시민성의 향상」=「엘리자베드·M·그린필드」. 다음은 주정일씨의 강연 요지-.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요. 속담 중에는 시대가 변천함에 따라 낡은 느낌을 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녀 칠세 부동석 따위겠지요. 그러나 세 살 때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위의 속담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아니 오히려 심리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 진미를 되씹고 싶은 속담입니다.
「프로이드」니 「애들러」니 하는 대학자들도 서너살 때의 경험이 한사람의 습관형성의 과정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역설한 바 있습니다.
세 살이면 어머니 품을 떠나기 시작하는 나이입니다.
이때까지 어머니 없이는 잠시도 견디기 힘들던 아이들이 이제는 누군가가 잘 돌보아 주기만 하면 어머니 품을 떠나서 다른 품으로 갈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대가족제도에 있어서는 그것이 할머니나 다른 친척 여인네들의 손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대가 변하여 공업화니 현대화니 하는 구호아래 가족제도는 분화되고 인구의 도시집중화 현상이 일어나고, 따라서 빈민촌이 늘어나고 하다보니 엄마 품을 떠나는 아이들의 갈곳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중류이상 가정의 어린이들은 식모 손으로라도 넘어갔지만 하류 가정 어린이는 거리로 뛰쳐나왔고 또 거리에 버려지고 하였습니다. 그네들이 순경 아저씨의 손을 통해서 아동보호소로 넘겨지고 다시 고아원에서 배정되고 하다보니 고아원은 본의 아닌 팽창을 거듭하여 오늘날 전국적으로 7∼만을 헤아리는 어린이를 수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시다시피 고아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사랑에 굶주리어 성격이 왜곡되고 결국은 또다시 거리로 뛰쳐나와 깡패가 되고 소매치기가 되어 다시 한 번 순경아저씨의 신세를 질 때에는 소년 범죄자라는 낙인과 더불어 갱생하기 어려운 사회악의 장본인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민주 시민과는 거리가 먼 얘기이지요. 이러한 악순환을 중지하기 위하여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해야할 시기가 왔다고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여성지도자 여러분들께 충심으로 호소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즉 이 불쌍한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주자는 말씀입니다. 여성운동이 여권을 부르짖고 구호를 외칠 시기는 지난 줄로 압니다. 오히려 뜻 있는 사람끼리 뭉쳐서 너도나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소리 없이 궂은 일을 찾아다니며 남성들의 손과 생각이 미처 닿지 못하는 구석구석에서 사회악을 예방하고 참된 사랑으로써 진·선·미의 씨를 뿌려 갈 때에 그 일이 얼마나 여성답고 아름다운 일이겠습니까.
원인이 무엇이든 엄마 품을 떠나서 갈곳 없는 빈민촌의 세 살 이상 어린이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엄마 대신만 되어줄 수 있다면 이것이 곧 자진봉사를 통한 시민교육의 첩경이리라 생각되고 또한 국가 백년지대 계와도 통하는 여성운동의 일환이리라 믿어마지않습니다. <보사부 부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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