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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부 장관, 해녀 시켜라”…3인의 독설에 속이 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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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썰전’ 녹화 도중 김구라(가운데)가 낸 문제를 못 맞힌 이철희 소장(왼쪽)이 강용석으로부터 ‘박 깨기’벌칙을 받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과감하다. 마치 술자리에서나 할 법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치·경제·사회 등 한 주간의 시사이슈를 전방위로 넘나들며 실컷 ‘털’고 ‘까’댄다. 고위 공직자 병역 문제가 불거질 땐 “고위 공직자 하고 싶으면 해병대 갔다 온 사람을 양자시켜야 한다. 이정 같은 친구가 괜찮다”고 꼬집고, 의원들 재산공개 내역을 설명하면서는 “정당별로 자산 규모가 다르다. 새누리당은 10억~20억, 민주당은 5억~10억, 통진당은 1억에서 마이너스 1억이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식이다.

 1시간의 긴 방송시간이지만 ‘단 한 번도 지루할 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 2월 21일 첫 방송 후 이제 7회차를 맞았지만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오르며 동시간대 종편 최고 타겟 시청률(평균 시청률 1.5~2%)을 기록 중인 화제의 프로그램. 인기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와 MLB 파크 등으로부터 집중 관심과 지원을 받는 종편 최초의 뉴스·예능 비평 프로그램. ‘독한 혀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JTBC ‘썰전’이 그 주인공이다.

 썰전의 대표 논객은 ‘고소남’ 강용석, ‘독설가’ 김구라, ‘민주당의 영원한 친구’ 이철희 등이다. 특히 강용석과 김구라의 만남을 놓고는 ‘공중파에선 절대 불가능한 조합’이란 말도 나온다. ‘아나운서 발언 파동’으로 몰락의 길을 걷다 최근 케이블의 새로운 혜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강용석. 과거 ‘위안부 발언’ 파동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김구라. 여기에 진보 성향의 정치평론가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가세하면서 ‘3색 트리오’가 완성됐다.

 ‘썰전’의 제작진 역시 화려하다. MBC에서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 등을 기획한 여운혁 CP가 이끈다. 여 CP는 “지상파라면 처음부터 킬됐을 아이템”이라며 “늘 하고 싶던 소재였는데 이제야 꿈을 이뤘다. 처음부터 김씨가 적임자라고 판단했고 제작 초기부터 김씨와 아이디어, 인사 섭외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녹화를 마치고 셋이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썰전은 시작부터 특이하다. 어두컴컴한 검은색 스튜디오에서 아주 조그만 삼각 테이블에 세 남자가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그 얘기들이 심상찮다. 지난 8일 기자가 직접 스튜디오를 방문한 7회차 녹화 때는 박근혜정부 인사청문회, 우리민족끼리 해킹 소식, 북한의 전쟁 위협 등의 주제가 동시에 다뤄졌다. 작가들이 주요 내용을 정리해 놓은 ‘메모장’은 있지만 멘트 대본은 없다. 지난 4일 방송 때는 김구라가 권상우의 드라마 ‘야왕’의 쪽대본 현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매주 쪽대본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최신 시사이슈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월요일 녹화 직전까지 작가와 패널들이 실시간 전화통화를 하며 아이템을 구상한다. 썰전이 매주 ‘최신 뉴스의 뒷얘기 마당’이 되는 이유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무엇보다 각자 다른 색깔을 지닌 세 남자가 털어내는 토크 수위가 엄청나다. 국회의원 출신인 강용석은 과감히 “외유는 국회의원의 꽃”이라고 말하고, 서울 노원병 재·보선 출마설이 돌았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에게는 방송 도중 직접 전화를 걸어 해명 기회를 주기도 한다. 김구라는 박근혜정부의 ‘쓰던 사람만 쓰는 인사’를 언급하며 “연예인도 똑같다. (유)재석이 봐라, 계속 쓰지 않냐. 검증된 사람들만 쓰는 거거든”이라고 받아친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허술한 틈을 보이면 이철희 소장이 바로 화살을 던진다. 최근 ‘훈훈한 청문회’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채동욱 검찰총장을 언급하며 “꼭 이런 사람 말할 때는 강 변호사가 조용하다. 이런 사람을 알고 지내야지”라며 호통을 친다.

가끔씩 던지는 그만의 ‘썰렁한 야당 유머’ 또한 네티즌들에게 인기다. “절대로 알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그리고 김정은의 생각”이라고 말할 때는 숨죽이던 제작진 모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이에 김구라는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냐. 절대로 아무도 같이 안 쓰는 김구라·강용석·이철희 쓰는 이 프로그램이 창조경제 아니냐. 썰전이 바로 창조경제다”라고 대꾸했다.

 2시간의 쉴 틈 없는 녹화가 끝날 즈음엔 ‘네티즌들의 기발한 댓글’을 선정해 김구라가 퀴즈를 낸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차라리 OO(해녀)를 장관 시키고 말지~. 해양수산의 전문가인 OO은 누구일까요~?”라는 식이다. 틀린 사람은 미리 준비해둔 ‘박’이 깨질 정도로 맞는다. 이때 네티즌들이 직접 선정한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썰전은 시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뒤이은 ‘예능 심판자’ 코너에는 강용석·김구라에 박지윤 아나운서와 개그맨 이윤석, 영화평론가 허지웅씨가 나선다. 각종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신랄한 비판을 주고받는다. 첫 회에서는 신동엽·강호동·유재석을 놓고 ‘예능 대통령’을 뽑고 강호동에겐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라”며 독설을 내뿜기도 했다. 배우 설경구의 힐링캠프 출연이 논란을 빚자 이윤석은 “시청자는 잘못에 대한 해명보다는 출연자의 힘들었던 인생사를 들으며 위안받고 싶어 한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매주 각종 예능과 드라마를 ‘제물’로 삼는 썰전이 ‘예능계의 청문회’로 인기를 모으면서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와 PD들로부터 원성 아닌 원성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아 PD는 “당연히 전화 온다.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제일 잘 아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도 한다”며 “하지만 이러면서 예능 발전에 함께 공헌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담담히 말했다.

 인기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썰전’은 지금 또 다른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시청자들의 기대 수위가 높아지면서 “더 센 발언을 해달라” “왜 이 말은 안 해주느냐”는 ‘애정 어린’ 항의와 제안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여 CP는 “더욱 신선한 소재 발굴과 냉정한 검증을 통해 진정한 ‘썰전 뉴스’와 ‘예능 심판자’로 자리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목표 시청률 4%는 무조건 달성할 겁니다.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다음 날 ‘썰전 봤어?’라며 화제로 삼을 수 있게끔 만들고 싶어요. 물론 수위는 계속 올려야겠지만(웃음).”

글=송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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