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케리 국무 “미국 북한과 대화 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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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한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미사일 발사 조짐을 보이는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단과 대화 호응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불필요한 도발”이라면서 그같이 말했다. 케리 장관은 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서 북한이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 것도 촉구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급격하게 위기국면으로 치달아 온 한반도 정세가 긴장이 완화되는 쪽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미 합동군사연습 내용 중 몇 가지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면서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에 맞불을 놓아 상황을 악화시키기를 바라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을 받아들여 더 이상 긴장 고조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최근 북한의 일련의 긴장 고조 행위는 이미 국제사회 전체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미·일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유럽, 주요 8개국(G8)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등이 도발 중단을 촉구하고 대화를 호소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 행위를 할 경우 국제사회는 더 강력한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케리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신뢰의 비전’을 가지고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미 북한을 향해 대화 제의를 해놓은 상태다. “개성공단 등 현안이 많은데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 대화를 제의한 취지라는 설명도 했다. 북한이 하루 빨리 이 제의에 호응하고 나설 것을 기대한다. 으르렁대기만 해선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북한이 무얼 바라는지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원한다지만 한사코 핵개발에 몰두하고 맹목적일 만큼 긴장 고조에 매달리는 행태로 볼 때 정말 그런지조차 불분명하다. 북한은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분명히 하고 현실성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는 자세를 보여라.

 긴장 고조 행위를 거듭하면서 북한은 스스로에게 자해를 가하고 있다. ‘1호 전시근무태세’의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주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높은 군사적 긴장을 계속하면서 경제난에서 벗어날 방도를 세우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하루 빨리 비현실적인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길을 찾아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민 ‘화해의 손길’을 잡는 것이 그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위협과 도발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지난 수십 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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