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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사배자 전형’ 지원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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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소득층·사회지도층 인사 자녀의 입학으로 논란을 일으킨 자율형사립고·특목고·국제중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이 대폭 손질된다. 2014학년도부터 이들 학교는 사배자 정원의 절반 이상을 저소득층 자녀 등 ‘경제적 대상자’로 우선 선발해야 한다. 고소득층 자녀에겐 지원 자격 자체를 주지 않는다.

 교육부는 17개 시·도 교육청과 공동으로 사배자 전형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11일 밝혔다. 교육부 박성민 학교정책과장은 “사배자의 범위가 사회 통념상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데 교육감들이 뜻을 모았다”며 “시·도 교육청의 자율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사배자 전형 정원 규모는 종전처럼 자사고·특목고는 총 정원의 20% 이상, 국제중은 9~20%로 유지된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경제적 대상자를 한부모·조손·다자녀 가정 자녀 등 ‘비경제적 대상자’보다 우선 선발하도록 의무화했다. 시·도에 따라 사배자 정원의 50~100%를 경제적 대상자로 선발해야 한다. 현재는 17개 시·도 중 서울·경기도 등 7곳만 이와 유사한 규정을 운영했다.

 시·도 교육감들은 또 소득 8분위 이하 가정(연 6703만원, 2인 이상 가구)의 자녀에게만 비경제적 대상자 전형 지원을 허용키로 합의했다. 교육부 박 과장은 “비경제적 대상자일지라도 정말 배려가 필요한 학생에게 교육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증명서 위조 등 부정입학이 확인된 경우 입학을 취소하는 등 제재를 강화한다.

 2008년 도입된 사배자 전형은 현재 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국제중 등 전국 112개 학교에서 시행 중이다. 올해 신입생 2만5906명 중 4742명(18.3%)이 사배자 전형으로 선발됐다.

  원래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자녀만 대상으로 했으나 2011년 이후 비경제적 대상자도 포함됐다. 올해 사배자 전형 입학생을 보면 경제적 대상자(44%)보다 비경제적 대상자(52%)가 많다. 특히 외고·국제고(35%)와 과학고(32%)가 경제적 대상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다.

 입시업체 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성적이 우수해도 학비 외의 부담 경비가 많고, 다른 학생들과의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해 좀처럼 특목고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특목고가 경제적 대상자가 채우지 못한 정원을 비경제적 대상자로 채워 왔다.

  서울의 한 외고 교장은 “교육감들의 합의안대로 간다면 대부분의 특목고가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며 “무리하게 비율을 늘리는 것보다 입학 후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부분을 찾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교육부 관계자는 “개별 학교들이 사배자 전형에 대한 홍보를 한층 강화해 학생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사배자 학생을 위한 학교 적응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경제적 대상자에게 수학여행비 등 각종 학교 경비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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