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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선 「표현의 자유」 「분지」 남정현씨 구형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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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이 단편소설 「분지」의 작가 남정현 피고인에 대해 반공법 4조 l항(반국가 단체 찬양 고무)을 적용, 이 법조항의 최고형인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의 중형을 구형한 것은 『근본적으로 예술 창작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짓밟으려는 처사』라고 문화계의 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
법조 및 문화계의 인사들은 『검찰측이 작품 「분지」를 두고 「창작이냐, 아니냐」는 태도로써 반공법을 기소 죄목으로 적용한 것은 실로 「헌법상의 문제」, 나아가서는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에까지 파고들어 생각할 문제』라고 대들었다.
검찰이 문제의 작품을 두고 『독후감이 아주 용공적이고 이적적』이라고 지적한 것은 특히 이 작품이 북괴 산하 기관지 「조국통일」에 실렸다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가는 문제된 「분지」에서 ①주인공 「만수」가 제대한 후 실업 상태에서 허덕이는 대목을 묘사함으로써 군복무를 모독했으며 ②6.25를 「돌연한 충돌」로 표현, 방공의식을 풀리게 했고 ③미군이 한국의 여자와 강요된 성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곧 「만행의 조작 폭로」로서 한·미간의 유대를 이간시켰다고 하나 그것은 검찰이 문학의 본질을 이해 못한 것이라는 주장. 문학의 본질은 인간 정신의 탐구에 있는 것- 검찰이 아직도 문학을 고대소설에서처럼 권선징악, 잠언이나 미화 예찬을 싣는 것으로 알고, 또 그 작품 속의 상황이나 인물을 법의 「리트머스」식 시험지로 재어 보려는 태도는 「상식 이전의 오류」라고 비난했다.
이항녕 변호사는 작품 「분지」를 두고 『다만 현실의 부조리,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자태』라고 잘라 말했으며 작가 안수길씨는 『문학에서 이 정도의 저항성을 뺀다면 어용문학에 지나지 않는다. 일제 때도 그 정도의 표현의 자유는 있었다.』고 변론.
변호사 한승헌씨는 『악마도 필요할 때면 성경을 인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성경 자체가 악마의 주문으로 타락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 작품 「분지」가 북괴 기관지에 실렸다고 해서 그 작품 자체가 용공성 또는 반미 사상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고 논평.
또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박종화)는 담당 재판부(서울형사지법 박두환 판사)에 진정서를 내어 『작가 남정현씨가 유명한 청년 작가이며 이 사건의 귀결 여하에 따라 앞으로 「창작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라는 근본 문제에 중대한 선례를 남길 것이 우려된다.』고 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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