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시스템, 사우디에 통째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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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 의료시스템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그대로 이식된다. 병원 건립에서 운영, 의료인 교육·연수, 연구개발까지 의료의 모든 노하우를 사우디에 전수하는 작업이다. ‘쌍둥이(twinning)’ 프로젝트로 이름이 붙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압둘라 알 라비아 사우디 보건부 장관과 보건의료 6개 분야에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전쟁 후 1955~61년 미국으로부터 선진 의료 기술과 시스템을 전수받았던(미네소타 프로젝트) 한국이 50여 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의료 기술을 끌어올려 다른 나라에 옮겨주게 된 것이다.

 한국 의료기관들이 의료 기술·시스템·문화 등을 사우디 보건부 산하 킹파드 왕립병원에 그대로 옮겨 경영 및 서비스의 질을 높이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이 뇌영상과학센터, 삼성서울병원이 신경기초과학연구센터, 벤처기업 파미셀이 줄기세포 연구생산시설, 원자력병원이 방사능치료시설, 서울대병원이 심장과학센터를 지원하는 식이다. 킹파드 왕립병원은 93년 현대건설이 건립했다.

 또 사우디 4개 지역에 각각 400병상 규모의 메디컬타워를 건립한다. 한국이 자금 조달·설계·건설을 맡아 준공 후 일정 기간 운영하다 사우디에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우디 나즈란·제다의 심장센터 시스템을 개선(업그레이드)해 위탁 운영하는 사업도 한다.

 사우디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의료진 110명을 위탁 교육하고 한국 의사들이 현지에서 수술 시연도 하기로 했다. 또 조속한 시일 내에 5개 진료과 한국인 의사 15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청구·심사시스템, 전국 보건소 통합관리시스템 등의 의료 관련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의료시설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운영 기술과 인력 수준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유럽의 의료기관에 위탁하고 의료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을 맡겼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4월 메디컬코리아 박람회에 참석해 한국 의료 수준을 확인한 뒤 두 나라 관계자들이 여섯 차례 오가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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