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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나의 애장품’전에 가보니 … 안목 있는 컬렉터, 뭔가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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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천경자, 여인, 32.2×22.2㎝, 종이에 채색. [사진 가나아트갤러리]

“때로 고독하게 때로는 거만스럽게, 우리가 보지 못한 현실과 미래를 응시하는 듯한 고고한 눈매 속에서 우린 조그마한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다. 외계에서 온 듯한 이 여인은 겸손하라, 그리고 또 겸손하라고 속삭인다.”

 배동만(69) 전 제일기획 고문은 큰맘 먹고 구입해 집에 걸어둔 천경자의 ‘여인’에 대해 이렇게 술회했다. 그린 화가도, 이를 사서 간직한 부부도 세월에 함께 늙어갔다. 그림 속 여인만이 그대로 남아 “세월과 다투지 말라” 속삭이는 듯했다. 미술품과 소장가의 인연을 다룬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가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나의 벗, 나의 애장품’전이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등 40여 명이 애장품을 공개했다. 출품작 70여 점의 보험가액이 350억원에 달한다. 김환기·이중섭의 미공개작도 있다. 아껴줄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그림들은 어떻게 됐을까 싶은 대목이다. 가나아트 이옥경 대표는 “컬렉터들을 찾아갔다가 그들의 안목과 애정에 감동한 일이 많았다. 오늘의 미술계를 있게 한 그 안목과 애정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14일까지, 입장료 5000원. 02-720-102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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