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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 단계적 폐쇄' 당정 혼선…여성부, 대책 보고 후 발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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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최근 발생한 서울 강북의 집창촌 화재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부 당정협의회에서 장하진 장관(右)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종합대책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여당은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라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정부는 "그런 내용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30일 오후 1시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모였다.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를 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장하진 여성부 장관과 김상희 법무부차관, 허준영 경찰청장, 원혜영 정책위의장, 조배숙 제6정조위원장(여성.문화담당), 최용규.이용희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당정협의를 마친 뒤 조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당정협의 결과를 설명했다. 조 의원은 "당정협의를 통해 '성매매 집결지(집창촌) 폐쇄 및 정비에 관한 법률'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49억8000만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해 탈성매매 여성에게 매월 40만원씩 지급하는 생계비를 6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시했다. 탈성매매 여성들이 생활하는 '집결지 시범사업소'를 현재 2곳에서 35곳으로 크게 늘리고, 탈성매매 여성 자활지원 시설도 2006년에는 11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5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조 위원장의 회견내용을 전해들은 여성부는 즉각 발을 뺐다. 여성부 이인식 기획관리실장은 "조 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은 협의는커녕 여성부 장관이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국회의 당정협의에 제출한 자료는 여성부에서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이라며 "당정협의에서(참석자들에게) 다듬어지지 않은 자료이므로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된다는 다짐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정협의에 가면서 빈손으로 갈 수 없어 확정되지 않는 자료를 가지고 간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당정협의에 대책을 보고하기는 했지만 형식적인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는 "당정협의 이후 회수하지 못한 일부 자료가 외부로 알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 측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여성부 장관이 자료를 만들어 와서 보고를 했다"며 "여성부가 이를 부인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미아리 집창촌 화재와 관련, '성매매 여성 문제와 관련한 종합대책은 여성부가 마련하라'고 지시한 이후 여성부가 대책을 서둘러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성부 관계자도 "미아리 화재 참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장 장관을 비롯, 실무 책임자들이 현장 방문과 피해 여성 병문안 등으로 종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할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장 장관은 화재 사건 발생 이후 사고 현장 방문 및 세 차례의 병문안, 집창촌 현장 방문에 힘을 쏟았다. 또 실무국장 또한 장관 및 국회의원의 현장 방문을 수행하느라고 바쁘게 보냈다.

문경란.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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