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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총선의 공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결정에 따라 오는 6월 8일 제7대 국회의원 총선을 실시할 것을 공고했다. 총선이 공고되면 각 정당은 오는 15일까지 후보자를 중앙선위 또는 지역구선위에 등록하게 된다. 지금까지 중앙선위에 설립신고를 마친 정당수는 10여개를 넘고 그 전부가 국회의원 입후보를 내세울 작정으로 있으므로 국회의원선거 경쟁률은 평균해서 7∼8대 1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선거사에 있어서 국회의원 경쟁률은 점증하는 경향에 있고 4년 전 총선 때만 하더라도 6대 1을 넘었던 형편이므로 이번 선거에 있어서도 격심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하여 이것이 조금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행법 제도하 무소속으로는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그 많은 입후보자들이 모두 소속 정당을 배경으로 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는데 정히 한국 국회의원 총선의 특성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번 총선에 있어서도 역시 지난 5·3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양당으로 부각된 공화·신민 양당이 선거전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전에 있어서 양당간의 표수차가 백만 이상으로 벌어졌고, 또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입후보자 개인의 인기나 정치적 지반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므로 이번 선거전에 있어서는 상기 양당 외의 제3당, 제4당으로 등장하게 되는 정당 사이에 3파전, 4파전이 벌어질 가망이 있는 지구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다원적인 경쟁이 벌어지면 선거전은 정책 대결과 거리가 먼 이전투구 식의 더러운 싸움으로 타락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이 점을 우려하며 또한 경계하고 싶다. 정치 싸움이란 원래가 더러운 것이지만 그 더러움이 지나쳐 유권 국민을 외면시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후보자가 「페어·플레이」의 정신을 발휘하고 또 유권자가「페어·플레이」정신에 어긋나는 입후보자의 언행에 대해서 투표로써 엄격한 심판을 내리는 것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
국회의원 총선에 있어서 여당은 정국 안정을 위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의석수의 확보를 호소하고 나설 것이며, 야당은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키 위해 많은 의석을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설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다같이 일리가 있는 것이지만 여당 하나에 대해서 재야당이 7∼8개나 나와서 경쟁을 벌이게되면 여당이 야당 표의 분산에서 생기는 반사이득을 얻게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제상으로 보아 정당간에 연립전선 형성이 불가능하고 또 정치 현실로 보아 야당간의 제휴가 절망에 가까운 것이고 보면 난립 대결로 인해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으리라는 것은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도 짐작이 간다.
여·야간의 압도적인 의석 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야당 입후보자가 비록 서로들 경쟁을 벌이는 입장에 서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상호간의 비난·공격을 삼가도록 해야할 것이고 대세가 판명되어 가면 지역구 후보자들 사이에 정치적인 타협을 하여 열세한 후보자의 사퇴 운동이 널리 벌어져야만 될 것 같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거 전략의 문제이지만 그 해결은 정당이나 입후보 당사자들이 해야할 일이다. 다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이 공명정대하게 행해져서 민주 정치사에 전진적 의의를 갖는 선거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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