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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영화 철의 여인 보고 울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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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 또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정치적 멘토로 삼고 있다.

 그는 올 초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초에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는 울지 않았는데 DVD로 본 ‘철의 여인’(대처 전 총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을 보고는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장면에서 울컥했느냐”는 질문에 아베는 “하나는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다음 하원에 나와 영국 국민에게 단결을 호소하는 장면, 또 하나는 세출삭감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 모질게 공격을 받지만 초지(初志)를 일관시키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보수주의에 기반을 둔 대처 전 총리의 ‘강한 지도자’ 모델이 아베의 지향점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투철한 국가관, 철저한 안보의식을 최우선 국정 어젠다로 강조하는 것도 ‘대처 따라하기’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으로 영국 경제를 부활시킨 대처의 국정 철학이 불황의 그늘에서 일본 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아베 총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아베 총리가 ‘일본병’이라 불리는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력 추진 중인 ‘아베노믹스’의 원류도 따지고 보면 영국병에 신음하던 영국 경제를 되살린 대처의 공격적인 경제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아베가 총리가 되기 2년 전인 2004년 교육기본법 개정을 위해 자민당 교육조사단을 영국으로 파견한 것도 대처의 교육개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대처가 1988년 자학적인 편향교육의 시정과 교육 수준의 향상을 내걸며 ‘교육개혁법’을 제정한 것을 그대로 옮겨 오기 위함이었다. 아베 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를 향하여』를 보면 대처 의 교육제도 개혁이 자신의 교육기본법 개정에 본보기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자학적인 역사교육은 패전국 특유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승국 영국에서도 그와 같은 교육이 벌어졌었던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5쪽에 걸쳐 대처의 교육개혁을 찬양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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