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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으로 풀어보는 관절질환 - 척추 비수술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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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병원 김재훈 원장이 척추관협착증 환자를 비수술요법인 신경성형술로 치료하고 있다.

척추질환 하면 수술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 일부 병원에선 지나치게 수술을 권유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수술이 능사는 아니다. 흔한 디스크는 물론 노년층에 많은 척추관협착증 역시 마찬가지다. 제일정형외과병원 김재훈 원장의 도움말로 척추질환의 비수술요법을 소개한다.

▶추간판내장증=택시기사 김모(54)씨는 6개월 전부터 일을 쉬고 있다. 처음에는 장시간 운전한 뒤에야 허리 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허리를 구부리기 힘들 정도다. 구씨의 진단명은 추간판내장증. 척추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수분이 빠지고 섬유 구조가 약해져 척추로 전달되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오래 앉아 일하거나, 허리를 많이 구부리고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직업군에 많다.

증상은 허리·엉치부·대퇴부 뒤쪽 통증이 특징이다. 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척추관협착증처럼 다리 아래쪽까지 통증이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오래 앉아 있거나 일어설 때, 허리를 구부릴 때 통증이 심하다. X선 검사에선 정상으로 보여 근육통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추간판조영술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다.

경증이라면 휴식과 안정, 약물·물리치료 등 보존요법을 시행한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고장 난 추간판을 제거한 뒤 유합술(아래 위 뼈를 붙임)을 하거나 인공추간판으로 바꿔 낀다.

하지만 최근 수술을 하지 않는 디스크 내 고주파 열응고술이 등장했다. 주삿바늘 모양의 전극을 디스크에 삽입, 고주파 열을 가해 망가진 디스크를 수축시킨다.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국소 마취 후 얇은 열선만을 삽입하므로 상처도 작다. 열선 온도가 낮아(섭씨 65~90도) 주변 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는 서서 걷는 인류에게 가장 흔한 척추질환이다. 추간판이 척추뼈 사이에서 빠져나오거나 추간판 안에 있는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압박한다. 요통과 함께 엉치와 발바닥까지 전기가 오는 것 같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밀려난 추간판이 다리 쪽으로 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배뇨장애도 생긴다.

우선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보존요법을 시도해 보지만 추간판이 신경을 심하게 눌러 마비 증상이 발생했다면 고주파 열응고술이나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 치료를 시행한다. 추간판내장증과 같은 원리로 치료한다. 신경 압박이 줄면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호전된다. 또 손상된 디스크 내부의 감각신경만을 고주파 열로 파괴해 허리·엉치 통증을 해결한다.

추간판의 외측 섬유륜이 완전히 파열돼 수핵이 흘러내리면 열 응고술만으로 효과가 떨어진다. 이때는 신경성형술로 치료한다. 꼬리뼈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주입, 튀어나온 디스크와 신경 사이의 유착을 풀어준다.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기 위해 약물을 주입한다. 척추 수술 후 통증이 남는 재발성에도 효과가 있다.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하고, 시술 후 통증이 거의 없어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신경다발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진 상태다. 나이가 들면 척추관 뒤쪽에 있는 인대와 관절, 뼈 등이 자라 척추관을 찌그러뜨린다.

보통 10분 정도, 또 100m, 50m만 걸어도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다리가 저리고 무겁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쉬면 좀 괜찮아져 다시 걸을 수 있다. 추간판탈출증은 허리를 굽히면 통증이 심해지지만 협착증은 오히려 편해진다.

척추관협착증에도 신경성형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꼬리뼈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주입, 튀어나온 신경과 주변 구조물 사이의 유착을 풀어준다. 눌려서 부어 있는 신경을 치료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5분 정도 되는 짧은 시술 시간과 신경 손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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