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윤진숙 … 청와대 “15일께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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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숙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사흘째 칩거 중이다. 7일 오후 늦게 해수부를 통해 A4용지 한 장짜리 ‘사과말씀’만 전할 뿐이었다. “(청문회) 집중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당혹스러운 나머지 알고 있는 내용조차도 충실한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는 말만 전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힘없이 풀 죽은 목소리로 “e메일로 전한 내용이 전부다. 나로서는 더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5일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기로 돼 있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서울 오금동 자택에도 귀가하지 않고 시내 모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실한 답변과 태도로 자질 논란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윤 후보자를 15일께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일단 임명을 하고 난 뒤 판단해도 된다”며 “지금 다시 (새 후보자 선정작업을) 하면 공백이 너무 길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자가 (2008년) 해양수산부가 폐지될 당시 존치 의견을 내는 등 실력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막상 (일을) 하면 의외로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 4월 임시국회 때 대정부질문에 답을 하는 상황을 보자”고 덧붙였다. 야당 반대로 윤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거부됐지만 인사청문회법의 절차에 따라 15일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박 대통령 ‘수첩인사’의 잘못을 더는 시인할 수 없다는 오만함의 극치”라며 인사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해수부는 정부조직법 통과가 지연된 데다 장관 임명까지 늦어지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 반 동안 ‘식물부처’가 됐다. 주요 실·국장 6석이 여전히 공석이며 과장이 직접 차관에 결재를 올려야 하는 형편이다. 해수부 업무 기능 정지는 사실상 대선 직후부터 넉 달째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수산을, 국토해양부가 해양업무를 맡아 왔지만 박 대통령 공약에 따라 부처 분리와 이사가 예정되면서 대선 전후부터 공무원들이 해당 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

 현재 해수부 사령탑은 손재학 차관이다. 국립수산과학원장 출신인 그는 수산분야 전문이라 해양과 해운업무에는 밝지 못하다. 해수부는 당장 급한 현안이 적지 않다. 세계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독도 영유권을 비롯, 해양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잦은 출몰로 몸살을 겪어 온 서해안 어장 관리, 최근 급격하게 줄고 있는 연안 어획량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세종=최준호 기자,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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