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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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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호 27면

공자는 69세(BC 484)에 이르러 여러 나라 주유(周遊)를 마치고 노(魯)나라로 돌아왔다. 14년 만에 다시 찾은 고국이었다. 당시 노나라는 애공(哀公)이 다스리고 있었다. BC 482년 20대의 애공이 70세를 넘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애공문정(哀公問政)’으로 후대에 알려진 그들의 대화는 『중용(中庸)』과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기록돼 있다.

治國九經 <치국구경>

그들의 대화 중에 ‘치국구경(治國九經)’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라를 다스리는 9가지 기본 요건’이라는 뜻이다. 공자와 애공이 나눈 대화를 각색하면 이렇다.

애공: 대국이 되려면 어떻게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까?

공자: 무릇 천하 국가가 되고자 한다면 왕은 9가지 기본 요건(九經)을 갖춰야 합니다.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닦을 것(修身), 현명한 사람을 존경하고 잘 모실 것(尊賢), 가족을 잘 보살필 것(親親), 대신을 공경하고 믿을 것(敬大臣), 신하를 따뜻하게 보듬을 것(體群臣), 서민들을 내 자식처럼 아낄 것(子庶民), 기술인들을 불러 모을 것(來百工), 멀리에서 온 사람을 잘 대할 것(柔遠人), 여러 제후를 포용할 것(懷諸侯) 등입니다.

애공: 왜 그래야 합니까?

공자: 왕 스스로 끊임없이 수양을 해야 나라의 도가 바로 섭니다(修身則道立). 현명한 사람을 존경해야 미혹되지 않으며(尊賢則不惑), 가족을 잘 관리해야 부모 형제의 원망을 사지 않습니다(親親則諸父兄弟不怨). 또 대신을 공경해야 간신들의 주장에 흔들리지 않으며(敬大臣則不眩), 신하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그들이 크게 보답할 것입니다(體群臣則士之報禮重). 서민들을 내 자식처럼 사랑한다면 백성들은 열심히 일할 것이요(子庶民則百姓勤), 널리 기술자들을 모으면 나라의 재물이 풍족해질 것입니다(來百工則財用足). 멀리 있는 사람들을 잘 대하면 사방에서 몰려들 것이요(柔遠人則四方歸之), 그리하여 제후를 포용한다면 천하가 모두 노나라를 경외할 것입니다(懷諸侯則天下畏之).

2500여 년 전 이야기임에도 오늘에 적용하기에 어긋남이 없다. 정치란 결국 백성들의 삶을 편안하고 풍족하게 만들어주기 위함이기 때문이리라. 새 정부의 주요 인선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치국구경’의 도가 이 땅에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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