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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외발 북한 리스크를 관리할 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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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전쟁 협박’이 하루 한 건 식으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차분하고 일관되게 대처하고 있지만, 해외 언론과 일부 외국인의 심리적 동요와 부메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16년 전 외환위기 당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김영삼 정부는 ‘대한민국의 경제 펀더멘털엔 문제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바깥세계의 동요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했다.

그런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대해 해외 쪽이 동요하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시점이다. 그간 ‘북한발 소동’에 대한 학습효과 덕택에 동요하지 않던 금융시장이 지난 주말께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 이면에 엔저 현상, 성장률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4일부터 이틀간 55포인트나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1조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이틀간 14원 떨어졌다. 일부이긴 하지만 해외 금융전문가들은 그간 공식처럼 움직이던 ‘북한 리스크의 일시적 충격과 V자형 회복’ 패턴을 이번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GM의 댄 애커슨 회장의 원론 수준의 발언도 작용했다. 그는 “한반도의 긴장이 심화되면 한국에 있는 자동차 생산기지(부평 등 5곳)의 이전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CNBC에 출연해서다. 해외의 유력 방송사인 CNN과 알자지라 등이 한반도 상황을 보도하며 붉은색 타이틀로 ‘위기(CRISIS)’라고 쓰는 것도 께름칙하다.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방송에서 물과 테이프(창문을 막을 차단물품)를 준비하라’고 했다며 불안감을 보인다. 심지어 ‘해외 언론들이 한국에 전쟁전문 기자를 급파하고 있다’는 뉴스까지 들린다. 정전 상태에서 60년간 살아온 우리 국민과 달리 해외의 시각은 이렇게 다른 게 현실이다. ‘엄포에 불과하다’ ‘별일 없을 것’이라는 무마성 발언으로 언제까지 해외발 불안심리를 달래기는 힘겨워 보인다.

국내외 불안심리 확산과 시장급변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일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주요 외신에 사실을 정확히 알려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도록 관련 자료를 보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뿐 아니라 외교·국방부 등도 보조를 맞춰 범정부 차원의 공동 대응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외의 잘못된 시각에 대해선 충분히 해명하되 오해의 소지를 봉쇄하는 게 필요하다. 해외 불안심리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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