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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구서 한국 발언권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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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종욱(李鍾郁.58)박사가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에 당선됨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부쩍 강화될 전망이다.

1949년 WHO에 가입할 당시만 해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이젠 유엔 산하 기구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전문기구의 수장을 배출했다. WHO는 연간 예산 규모가 11억달러, 직원 수가 3천5백명에 이르는 거대 기구다.

사실 李박사가 지난해 11월 말 출사표를 던졌을 때만 해도 당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李박사의 지명도가 워낙 낮고 상대 후보들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李박사와 결선투표까지 간 벨기에 피터 피어트 후보는 유엔 에이즈 프로그램 사무국장으로 유럽 여러 나라의 지지를 받았다. 또 모잠비크의 마구엘 모쿰비 후보는 현직 총리다. 李박사가 이들을 제치고 승리한 것은 20년간 WHO에 헌신한 데다 소아마비 퇴치 등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쿠바의 카스트로 대통령이 상대 후보를 지원할 정도로 열악한 조건에서 당선됐다는 것은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李박사의 당선에 따라 정부는 올해 5백여만달러인 우리나라의 WHO 분담금 비율(전체의 1.2%)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李박사의 당선은 또 대북 교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복지부는 李박사 본인과 노무현 당선자가 대북한 지원 의지가 강한 만큼 북한의 보건인프라(기반시설)구축과 관련한 기술적.물적 지원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 봤다.

WHO를 매개로 한 남북한 간의 보건의료사업이나 인도적 지원 사업, 말라리아 등 전염병 공동 연구 및 질병 퇴치사업 등이 활기를 띠고 한의학 기술 교류 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관련 산업에도 좋은 계기를 제공하게 됐다. WHO가 연간 막대한 양의 의약품과 백신을 구입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산업이나 생명공학계가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등 도약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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