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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남자와 여자가 어느 편이 더 잘났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이런 우문에는 대답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한국남자」와 「한국여자」를 비교하면 어떤가. 현재 「스코어」로는 아무래도 「한국여자」가 훨씬 훌륭한 것 같다. 그 단적인 증거가 우리의 여자농구 「팀」. 「체코」의 「프라하」에서의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강호 동독 「팀」을 격파, 소련과 함께 우승후보로 등장했다니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추자 선수는 「파인·플레이」로 미기상 까지 탔다. 장한 일이다. 멀리서나마 갈채를 보낸다.
「스포츠」에서는 잔꾀나 사기가 일체 통하지 않는다. 선수의 실력은 수만 관중 앞에서 밑바닥까지 드러난다. 천부의 소질과 피나는 노력만이 승리를 가져온다. 실력 대 실력의 시합에서 인간의 정신이 순수하고 성실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교육에서 체육이 지니는 의의도 여기에 있다.
고대 「그리스」인은 「올림픽」 제전을 통해서 국력을 길렀다. 시민은 모두 제전의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플라톤」 같은 철학자도 「레슬링」 에 출전, 우승의 월계관을 썼고, 비극작가 「유리피데스」 까지 시합에 나갔다니 놀랄 일이다. 물론 「소크라테스」 같은 비쩍 마른 시민도 있었지만. 소국 「그리스」가 대제국 「페르샤」를 이겨낸 것도 「올림픽」 제전을 통한 정신력과 체력의 배양에 힘입은바 컸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는 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선수들의 경기를 구경만 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전에 서윤복 선수가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여기에 자극 받은 꼬마들이 떼지어 한길을 뛰어다녔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안방에 앉아 「텔리비젼」으로 박신자 선수의 멋진 「플레이」를 「감상」하거나 「라디오」 중계를 듣든가 한다.
우수한 선수의 배출로 국위를 떨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국민전체가 운동경기를 통해서 국력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의 여자농구 「팀」의 승리가 국민전체에 운동정신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되게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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