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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반발에 철도 민영화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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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고객 유치.여객 수송 등 철도 운영부문을 민영화하겠다는 당초 방침에서 후퇴했다. 이 부문을 민간기업에 바로 넘기지 않고 공기업 형태로 당분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 수순을 따르도록 하겠다는 게 대통령직 인수위의 생각이다.

사실 그동안 철도 구조개혁은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 노조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치권의 관련 법안 처리 지연 탓에 지지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가 민영화 방안을 유보하고 일단 공사로 만들겠다고 한 것은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민영화를 강행할 경우 철도 노조의 반발 등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 4월로 예정된 고속철도의 운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도기 없이 민영화하면 요금인상.철도사고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예상도 이런 결정에 한몫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거듭난 공사에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인수위는 이를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앞으로 '정부 투자기관 관리 기본법'이나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련 법률'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가지 법은 사뭇 다르다.

우선 공기업 민영화법이 적용될 경우 명백히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의미다. 인사나 예산 등에서도 상당한 자율권이 부여된다. 반면 정부 투자기관 관리 기본법의 경우는 인사나 예산 등에서 정부의 간섭을 받는 데다 감사원 감사도 받아야 한다.

민영화 추진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정부는 일단 공기업 민영화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건교부 구본환 철도산업 구조개혁과장은 "운영공사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기업 민영화법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반면 인수위 측은 "민영화법을 적용할 경우 철도 노조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꺼리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철도 민영화는 구체적 시기를 정하지 못해 사실상 포기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도 관련 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일도 어려울 전망이다. 철도노조 조상수 정책실장은 "공사화 방안을 철회하고 공공성과 경영 효율성을 함께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속철도공단 노조도 "고속철도와 일반철도를 운영공사가 모두 운영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운영을 분리해 고속철도공단이 고속철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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