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완성보다 더 유명한 미완성 교향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쟈코모 푸치니 사후 2년인 1926년 4월 이태리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 ‘투란도트’가 초연되기 시작했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으로 당대에 히트작을 무대에 올린 푸치니의 역량을 믿고 이미 대작임을 예감한 스칼라 극장 측에서 선불까지 지급했던 작품. 그러나 지병인 후두암 수술을 위해 벨기에로 떠났던 푸치니가 끝내 사망함으로써 미완성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만 ‘투란도트’를 젊은 작곡가 프란 알파노와 함께 마무리한 토스카니니. 그는 제3막의 노예 류가 죽는 장면이 끝나자 갑자기 지휘를 멈추고 관중을 향해 돌아섰다. “위대한 마에스트로 푸치니 선생이 작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고는 지휘봉을 놓고 무대 뒤로 사라지자 관객들은 감동의 박수를 보냈고 이튿날 알파노가 작곡한 3막의 마무리 부분이 연이어 공연됐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b단조. 사후에 붙여진 ‘미완성’이란 이름이 말해주듯 이 곡은 4개의 악장을 갖춰야 할 교향곡인데도 1, 2악장과 3악장의 도입부 밖에는 완성되지 않았다. 1822년 슈베르트가 25세 때 작곡하기 시작한 이 교향곡이 다음 작품인 제9번 교향곡을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미완성인 채로 중단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제1악장과 제2악장만으로도 정리된 아름다움을 지닌 이 교향곡은 낭만파 교향곡 중 단연 걸작으로 꼽히며 슈베르트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다.

모차르트가 익명의 중개인을 내세운 발제그 쉬투파하 백작의 작곡 의뢰를 받고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유작이 됐으나 그의 제자였던 쥐스마이어가 후반부를 마무리해 그의 사후에 발표된 진혼미사곡(레퀴엠) 또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이나 베르디의 레퀴엠 등 여러 작곡가들의 수많은 레퀴엠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됐다.

베토벤 사후인 1844년에 베토벤의 비서였던 쉰들러가 베토벤의 미완성 10번 교향곡 스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토벤이 K.홀츠라는 친구에게 10번 교향곡의 1악장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준 사실이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베를린의 한 도서관에서 발견됐고 1988년 10월 18일 런던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됐으며 지휘를 맡은 발터 벨러는 ‘베토벤 후기의 느낌이 나는 진짜 베토벤 곡’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술 방면에서도 미완성이면서 유명세를 띤 작품이 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당시의 귀족 존 코드로부터 1개월 내에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아내의 초상화를 무려 4년간 그린 끝에 그림을 넘겨주며 “이 그림은 아직도 미완성입니다.”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모나리자다. 투란도트의 3막 류의 죽음 이후의 장면은 지금도 여러 음악가들에 의해서 각기 다르게 각색돼 공연되고 있다. 투란도트는 어쩌면 영원히 해석이 불가능한 모나리자의 미소와도 같은 오페라가 아닐까.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503
cafe.daum.net/the Classic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