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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의 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작년 8월 독일의 「파니츠키」공군 참모총장은 정부 비난을 이유로 정직처분 당했다. 그는 미국의 F104G 「스타·파이터」 전투기의 도입이 정치적 흥행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스타·파이터」를 7백대 도입했는데 5년동안 무려 61대가 추락, 36명의 조종사가 희생되어 동기의 성능이 계속 말썽이 된 데 있다. 여론은 이것을 「나는 재떨이」「나는 관」이라 비난했을 정도다.
그러나 의회 국방위의 조사결과 도입과정이나 안전도가 만족 할만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잇단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가. 결국 기계를 다루는 요원의 기술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독일뿐 아니라 「나토」 각 국은 직업군인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대우도 좋지 않고 인기도 없는 군대에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이 숙달될 때쯤 해서 모두 제대해 버리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공군에서 이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우리 공군은 1만 시간 무사고를 기록한 비행대대가 속출하고 작년에는 103대대가 3만 시간 무사고 비행으로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자타공인의 정예를 자랑해 왔다. 3년이상 10여년의 조종경험을 가진 「베테랑」이 주력이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의 C46수송기 추락사고의 충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비행기 사고는 조종사에게 잘못이 있거나 기계에 결함이 있을 때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멀쩡한 기계가 느닷없이 망가진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 차츰 차츰 나빠지는 것을 미연에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기계의 결함도 결국 조종사와 정비사의 공동책임으로 귀착된다.
이번 사고는 공군의 요원관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숙련된 정비사를 직업군인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확립해야 한다. 10수년 기술을 연마해서 고급 하사관이 돼 봤자 생계유지조차 힘든 현상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의 비극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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