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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6기」 「한일호」 두 사건의 인책 시비|사자는 말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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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0여 생명을 앗아간 C46기의 추락참사는 사고가 난지 5일째 되는 12일 현재까지 뚜렷한 책임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채 잿더미로 화한 고혼들을 달랠 길 없다.
장지량 공군참모총장은 11일 하오 사고조사의 중간 발표에서 운항중인 비행기에서 고장이 생겼을 때는 기상 정비사와 조종사가 「체크」판단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지상정비사와 그 밖의 지상 관계관들을 처벌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C46기는 사고가 나던 8일 아침 9시 30분 대구기지를 떠날 때 지상정비사의 점검을 거쳐 1시간 30분 동안 여의도 기지까지 무사히 운항했고 11시 37분 여의도 기지를 다시 떠나기 전 기상정비사인 김득용 상사(순직)가 손수 점검후 이륙했기 때문에 이륙 이후 6분만에 생 긴 「엔진」고장은 기상정비사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고장이 생긴 왼쪽 「엔진」은 미국 「댈러스·에어·모티브」에서 전체 정비를 한 뒤 47시간 10분밖에 쓰지 않은 새것이라는 것. 「엔진」은 8백시간마다 전체정비를 하게 되어 있어 「엔진」이 노후해서 생긴 사고는 아니며 오히려 너무 새 것이기 때문에 자질 고장이 생긴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공군은 사고가 나자 즉각 조사위원회(위원장 권성근 준장)를 구성,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 대구기지의 지상정비사들을 심문하기도 했으나 결정적인 과실이 없었다는 심증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승무원 중 생존자가 한 사람도 없는 이 사건의 책임을 모두 그들에게 미루어 버린 듯한 인상이 짙다.
아무튼 죽은 이는 말이 없으니 이 사건은 지난번 한일호의 침몰 사고처럼 책임소재가 영원히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한일호와 충돌, 1백여 생명을 물 속에 묻어버린 해군 73함의 승조원 중 형사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산지방 해난심판위원회가 73함에 중과실이 있었다는 판정을 내렸고 피해선박인 한일호의 선원 3명이 구속되어 공판을 받던 중 현장 검증에서도 73함과 한일호 양쪽 모두 과실이 있은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군 당국은 이렇다 할 말이 없다. 무고하게 죽어간 고혼, 많은 유가족들의 한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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