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민주주의|성대 주최 「한국의 정당」심포지엄|경제정책 - 박희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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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나라 정당의 경제정책이나 선거공약은 뚜렷한 이념이나 방향감각이 결여되어 있다.
보수 정당들이 주장하는 「자유경제원칙」은 한국적 체질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무원칙하고 비합리적인 즉흥적인 시장간섭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혁신 계 정당들도 심한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혁신정당들은 생산력 발전을 강조하면서 사회정책의 면을 동시에 내세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힘이 있겠는가.
개별적으로 훌륭한 정책수단도 하나의 자기완료적인 정책체계를 이루지 못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혼란을 가져올 뿐이다.
경제정책은 자원의 동원과 자원의 배분, 그리고 부수적으로 소득의 분배문제와 관련돼야 하며 이들 3자간에 합리적인 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대중은 자원의 동원에는 되도록 협력하지 않으면서 경제발전을 바라며 그뿐 아니라 자기가 어느 정도 경제발전에 기여했는지는 생각지 않고 되도록 많은 소득분배를 원한다.
이러한 생리에 영합하여 정당의 정책이 꾸며진다. 대표적인 예가 대중의 조세부담을 줄이면서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선거공약이 그것이다. 대중이 무식하다면 이런 공약으로 표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의 정책체제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세율인상을 시인하고 있는데 세율인상을 공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신민당과 혁신정당은 대중의 조세부담은 줄이고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로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주장한다. 확실히 선거전술로서는 좋겠지만, 정책전략으로서는 의심스럽다. 현 상태로는 중산층은 상인 고리대금업자 「브로커」아니면 술집 과잣집 등 용역업자 전통적인 가공업자가 대부분이고 근대적 중소공업자는 많지 않다. 고소득자에 대한 편중과세는 물론 필요하나 이것만으로 정부의 경제개발 자원을 조달할 수는 없다. 이런 모순된 주장은 혁신정당의 경우 더욱 심하다. 공화당도 세수의 증대만 꾀했지, 민간의 잠재적 저축능력을 생산자본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혁신정당은 기간산업의 국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원의 사회주의적 동원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말하고 있지 않다.
선거심리전의 전술적 구호를 거두고 전통적 전근대적 경제제도를 개선할 뚜렷한 이념과 방향감각을 지닐 때 비로소 정당은 제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서울대 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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