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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덴시의 「꽃시계」|오스트리아 「빈」=오원섭 통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빈」 근방 남쪽 「바덴」이라는 소도시에는 아름다운 꽃시계가 있다. 이 꽃시계란 푸른 잔디밭 위 직경 약 3「미터」크기로 만들어진 원 안에 그 계절에 따르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이 심어져 있고, 이에 대조되고 조화되는 특수한 꽃으로 12등분 된 숫자가 새겨져 있다. 또한 꽃으로 뒤덮인 철제의 장침과 단침은 땅 속에 마련된 시계장치에 연결, 원 중심의 심봉을 축으로 회전,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꽃시계 주위는 이것과 잘 조화되는 화초로 장식되어 있고 바로 이 원 하부에는 이 시계를 관리하는 노인에 의하여 년·월·일이 매일 꽃으로 새겨진다. 「바덴」시민들의 자랑이며 또 외국 관광객을 황홀케 하는 이 꽃시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이곳 시민들의 기막힌 눈물겨운 사연이 있었다는 것.
원래 「바덴」시는 그 옛날(서기 1세기) 「로마」군인들에 의해서 발견된 유황 온천지로서 특히 「류마치스」 환자에게 치료력이 강한 온천물로 알려져 수많은 사람들의 요양지로 사용됐었다.
한편 이 시를 구성하는 아름다운 자연조건과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그 맛이 유명해서 해마다 포도주 축제가 열리는 중심지로 「오스트리아」의 손꼽히는 명승지이다.
1945년 2차 대전 후 4개국 분할통치 당시 소련군의 최고사령부가 「바덴」에 설치되자 당시 2만2천명의 시민들에게는 갑자기 생벼락이 떨어져, 전쟁당시 폭탄의 구경도 못한 이 도시가 고스란히 소련군에 의해 약탈당하기 시작, 남은 것이란 하나도 없게 되었다.
그 가운데서 소련군이 제일 먼저 몰수해 간 것이 시계로서 삽시간에 「바덴」에는 시계라고는 그림자조차 없게 되었고 이 곳을 찾는 「나그네」 역시 시계를 차고 있으면 곧 몰수당했다. 시계 없이 살아야하는 「바덴」 시민들은 하는 수없이 먼 옛날로 돌아가 해시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날씨가 나쁘거나 해가 지고 보면 그나마 사용 못하는 해시계-.
이 때 한 시계공이 고안해 낸 것이 땅 속에 시계장치를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덮고 원을 그려 12등분한 문자판을 그어 시간을 보기 시작했다.
모든 시민들은 「바덴」시에 오직 하나인 이 땅시계를 사용하기 시작, 하루에도 몇 차례 시간을 보러 모여들었고, 또 아꼈다. 소련군이 이것마저 뺏어 갈까봐 걱정하는 시민도 있었다.
모여든 시민 중 어떤 노인이 매일 시간을 보러 올 때마다 한 송이 꽃을 이 땅 시계판에 꽂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어 모든 시민이 호응, 삽시간에 꽃시계로 변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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