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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생들의 「공부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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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대학생은 대체로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 모양이다. 문교부는 올해는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구호를 내걸어야 공부를 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미국의 대학생은 공부를 하도록 강요하는 타율적인 압력이 너무 강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근착 「뉴스·위크」지는 들볶이는 미국 대학생의 생활을 문제삼았다. 자식에게 큰 기대를 거는 부모의 압력, 대학원 입학경쟁, 고도의 기술사회가 요구하는 지식, 징병과 월남전쟁 등이 학생을 쳇바퀴 도는 다람쥐 신세로 쳐 넣고 있다.
대학은 『빨리 생각하고 빨리 뛰고 빨리 쓰도록』 채찍질한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나온 학생이 대학 1학년에서 낙오한다. 2학년은 「슬럼프」, 3학년 위궤양이 걸려 낙향, 4학년은 주말 LSD(환각제) 여행을 떠난다. 「미시간」대학의 「스티븐·월턴」군은 소설로 썼다. 『미래의 대학, 마천루 상아탑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은 친구를 공개 처형한다.』
「콜로라도」대학에서는 전교생 1만5천7백명 중 연간 4천명이 정신감정 「카운슬링」을 받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정신병이나 심리적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코넬」대학에서는 학부과정에서 20%가 낙오해 버린다.
점수가 전쟁판에서의 생사문제처럼 되어있다. 『학생들은 성적불량 퇴학은 월남직행편도 「티키트」로 생각하고 있다.』 학생처장의 말. 대학원 입학경쟁은 처절하다. 어떤 친구는 「클라스·메이트」의 성적을 전체적으로 떨어뜨리려는 속셈으로 생물표본의 「핀」을 갈아 끼우기도. 『교육은 「파브로프」 조건반사로 돼버렸다. 종을 치면 학생들은 배운 것을 답안지에 토해낸다』고 학생처장은 개탄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우등생들은 「올·A」를 따려고 꼬박 두 주일 동안 연금생활. 한 친구는 약을 먹어가며 닷샛 밤을 새우고 「리포트」를 끝내고 나니 『심장이 너무 뛰어 심장마비에 걸리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버드」의 학생건강 지도자인 한 정신과의사는 매년 학생의 1할이 전문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 한다. 학생들은 부모 사회권위, 그리고 자신들에 대해서 절망하고 있다. 그들은 미래에 대해서 희망을 못 가지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신통치 않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이탈이 난 학생들은 만난 적이 없다.』
저명한 사회학자 「데이비드·리스만」은 학생에의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부를 많이 하는 건 좋은데 이 지경이어서 곤란하겠다. 남의 일이지만 심각한 문제일 듯하다.
그러나 입학의 문이 약간 좁고 이 문만 통과하면 자동운반기 식으로 가만히 있어도 졸업장을 주어 내보내는 우리 나라의 대학교. 드디어 「공부하는 해」라는 구호까지 나오게끔 됐으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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