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무력시위' 北뿐 아니라…" 이례적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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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반도 상공에 이어 해상에서도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B-52, B-2, F-22에 이어 이번엔 첨단 구축함이 등장했다. 미 FOX뉴스는 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해군 7함대 소속으로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구축함 매케인호(USS McCain)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일본으로 귀항하는 대신 한반도 서남쪽 해상으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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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과 미사일 등을 앞세운 북한의 전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이 첨단 전력을 한반도 주변에 속속 보내면서 한반도 주변이 미군 첨단 무기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매케인호는 이지스(Aegis) 시스템과 SM-3 요격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사일 요격(공격해 오는 대상을 기다리고 있다가 도중에서 맞받아침)과 방어에 특화돼 있는 구축함이다. 이지스 시스템은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목표추적시스템 및 방공 미사일, 공격시스템을 말한다. 정확히는 3차원 고정밀 위상배열 레이더를 뜻한다.

 매케인호가 주목받는 것은 이지스 시스템뿐 아니라 SM-3 요격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지스 구축함엔 SM-3가 장착돼 있지 않다. 유사시 미사일 요격 능력에 생긴 구멍을 메울 수 있게 된 셈이다.

 SM-3는 최고속도가 시속 9600㎞로 지상 160㎞ 이상 치솟아 500㎞ 거리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1000㎞까지 모든 비행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4개의 다기능 특수레이더가 부착돼 있어 북한의 대포동 2호를 요격할 수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매케인호가 한반도 서남쪽으로 이동한 것은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발사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케인호만이 아니다. CNN은 이날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 미 해군이 북한의 군사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탄도미사일(ICBM) 탐지 전용 SBX-1 레이더를 한국 인근(동해)에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85m 높이의 대형 시추선 크기 선박 위에 레이더돔을 설치한 탐지시설인 SBX-1 레이더는 해상 기반의 X밴드 레이더(파장 2.5㎝가량의 X밴드 주파수를 사용한 최첨단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미사일방어(MD)의 핵심 구성요소다. 군 관계자는 “하와이에 있던 SBX-1 레이더가 서태평양을 지나 동해 인근으로 오고 있다면 이는 북한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될 수 있는 탄도미사일에 대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한반도 상공과 해상에 전략무기를 잇따라 보내고 있는 데는 북한 위협 저지뿐 아니라 또 다른 포석이 있다고 미 백악관은 설명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MD 강화나 B-2, 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투입한 건 신중한 조치였다”며 “동맹을 강화한다는 걸 재확신시키고,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니 대변인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독자 행동을 취하라는 한국 내부의 압박을 경감시키는 데 중요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잇따른 무력 시위가 북한뿐 아니라 한국 내부의 강경론을 겨냥했다고 설명한 건 이례적이다.

 카니 대변인은 “그 결과 이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계산 착오와 도발 가능성을 줄였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물음엔 “진지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카니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한반도 상황을 꾸준히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의 험악한 언사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의 대규모 이동이나 배치 같은 동향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언행 불일치는 주목할 만한 것으로,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서울=장세정 기자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서 이지스 구축함 매케인호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아니라 그의 조부와 부친의 이름을 따 명명됐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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