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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복지 … 밑 빠진 국고, 여당서도 증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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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2일 4·24 재·보궐 선거 공천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문희상 비대위원장. [김경빈 기자], [뉴스1]

여야는 오는 8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민생법안 처리와 대선공약 입법화에 나선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50일 넘게 신경전을 벌이느라 밀렸던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할 처지다. ‘속도’를 내기 위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 구성되는 6인 협의체도 본격 가동된다.

 최대 쟁점은 새 정부가 준비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이다. 여야 모두 경기 활성화를 위한 추경 편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 20조원에 달할 수도 있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두고 여야의 입장 차가 크다. 벌써부터 정부조직법에 이어 4월 ‘추경국회’도 순탄치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대행을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은 2일 본지와 통화에서 “추경 규모는 20조원 이내로, 전액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의 발언은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이란 관측이다. 당·정·청은 전날 심야 회동을 갖고 3시간 넘게 추경의 방법과 용처에 대해 논의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전액 국채 발행 방침은 민주당의 입장과 정면 충돌한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회의에서 20조원 규모의 ‘수퍼 추경’을 “터무니없는 세수추계로 세입을 부풀린 예산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채 발행 이전에 세입추계 책임자를 문책하고 인건비와 경상운영비 감축, 공기업 임원 급여 동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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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국채 발행을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재정건정성의 대안이 있어야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국채발행으로 추경을 하게 된 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 때문”(최재성 의원) , “지하경제 양성화는 결국 새누리당이 증세를 안 하려고 끄집어낸 거짓말”(이용섭 의원)등의 주장이 쏟아졌다. 추경에 이어 복지 공약을 실천하려면 증세가 현실적인 해법이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빚 추경’에 대한 우려와 함께 ‘증세 불가피론’이 나와 눈길을 끈다. 그동안 “증세는 없다”고 항변해 온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의 빚이라 가급적 피해야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결국은 중장기적으로 증세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어차피 돈을 써야 하는데 ‘증세는 없다’는 대통령 말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서민에 부담이 되는 부가세는 몰라도 법인세나 소득세는 증세를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돈을 미래의 납세자에게 거둬 현재 정부가 쓰는 건 비겁하다”며 “추경 이후에도 복지에 돈이 많이 들 텐데 그때마다 국채를 발행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박 대통령의 경제 참모이자 대선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이경태 고려대 석좌교수는 최근 ‘근혜노믹스의 이해’라는 보고서에서 증세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세율 인상을 가급적 안 하겠다는 것인데, 이 방향은 현 정부 5년간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고령화에 따른 복지예산 수요를 감안하면 결국은 세율 인상을 포함하는 전면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국민들에게 공짜 복지는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이소아·하선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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